오늘 오전에 키우던 풀과 전시에 필요한 소품들을 부산으로 보냈다. 다행히 내일 오전에 도착한다고 하니 박스 안에 들어있는 풀들이 받을 스트레스 걱정은 조금 덜었다. 처음에 업체 사장님과 운송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때는 박스 뚜껑을 닫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안심을 했는데 작업실에 도착한 직원은 박스 10개가 모두 열려 있는 모습에 매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잡초 줄기들이 박스 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진풍경을 바라보며 말이다. 결국 박스 3개만 개봉을 한 상태로 트럭에 올렸고 나머지는 모두 닫았다. 다행히 박스가 불투명 흰색이라서 운송 중에 녀석들이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 작년 서울 개인전에서는 종이 박스를 만들어서 풀들을 실어 날랐는데 큰 단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수분과의 싸움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풀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인해 종이 박스가 축축해지면서 쉽게 찢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이삿짐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박스를 20개 구매해서 미리 잡초에게 물을 듬뿍 준 후 집어넣었더니 아무 걱정이 없다.
대리운전을 가야 할 시간에 작업실에 앉아 있으니 많이 생각이 떠오른다. 그새 친구도, 동생도 사귀었고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받고 있다. 아예 업무용으로 휴대폰도 새로 개통했으며 마감 시간인 새벽 4시까지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대리운전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그들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제주시나 서귀포시에 다녀오는 것도 이제는 적응을 했다.
내일 오전 11시 45분에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가서 19일 일요일에 제주로 돌아온다. 이번 전시처럼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준비를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전시는 나를 설레게 하고 흥분하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정임 작가님의 글을 어제 받았다. 부산에 가서 짐이 정리되면 차분히 숙소에 앉아 작가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스스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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