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재배 일지/2023년27 2023년 3월 18일 토요일 00:03:59 언제나 그랬다.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감정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냉철한 마음으로 작업을 해왔지만 내 욕심이 끝없이 투영된 기이한 식물들을 보면서 이성적으로만 대처하기에 나는 아직 여렸다. 제주와 서울, 제주와 부산을 오가는 전시 일정에 맞춰 캄캄한 트럭에 식물들을 박스에 넣어 보내는 마음이 이제 와 고백하지만 매우 힘들었다. 내가 없는 전시 공간에 3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식물들을 놓고 오는 것도 매우 걱정스럽고 맘 조리는 일이다. 그러기에 틈만 나면 온도와 습도를 확인하고 흙을 직접 만져보며 체크했다. 행여 풍토가 다른 곳에서 녀석들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쓸모없는 걱정도 자주 했다. 내일이면 [오픈스페이스 배] 개인전이 시작된다. "잡초재배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 이상으로 가장 많이 고민.. 2024. 9. 2. 2023년 3월 16일 목요일 02:59:12 꿈같은 5박 6일 부산 일정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전시 설치는 뎌디지만 차분하게 하고 있다. 행복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오프닝이 끝나고 제주에 가면 다시 대리기사 호칭을 달고 밤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이 순간이 잊히지는 않을까, 두렵다. 어두컴컴한 곳에 혼자 앉아 휴대전화 어플 속 새로 고침 버튼을 쉬지 않고 누르면서 콜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콜이 없으면 길거리 모퉁이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로등 앞에 짧게 뉘인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내일을 기약하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 10시에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사와 통화를 했고 프리 워크아웃 신청을 했다. 아침 10시에 서울에서 병풍과 액자들이 부산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침 10시에 겨우 일어났다. 2024. 9. 2.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01:13:03 내가 부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제 제주에서 보낸 잡초와 소품들이 전시장에 모두 도착해 있었다. 오후 3시부터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정리했고 저녁까지 함께 했다. 저녁 8시 26분에 숙소로 들어와서 작년과 올해 썼던 잡초재배일지를 다시 교정했다. 내일 점심에는 사진과 병풍, 서예 표구가 전시장에 도착할 것이며 신용회복위원회 직원분과 개인 파산과 관련해서 전화 상담도 예약되어 있다. 평소 같았으면 사무실에 앉아서 콜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시간이었을 텐데 전망이 좋은 호텔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고 있으니 호사를 부리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2024. 9. 2.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21:31:47 오늘 오전에 키우던 풀과 전시에 필요한 소품들을 부산으로 보냈다. 다행히 내일 오전에 도착한다고 하니 박스 안에 들어있는 풀들이 받을 스트레스 걱정은 조금 덜었다. 처음에 업체 사장님과 운송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때는 박스 뚜껑을 닫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안심을 했는데 작업실에 도착한 직원은 박스 10개가 모두 열려 있는 모습에 매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잡초 줄기들이 박스 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진풍경을 바라보며 말이다. 결국 박스 3개만 개봉을 한 상태로 트럭에 올렸고 나머지는 모두 닫았다. 다행히 박스가 불투명 흰색이라서 운송 중에 녀석들이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 작년 서울 개인전에서는 종이 박스를 만들어서 풀들을 실어 날랐는데 큰 단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수분과의 .. 2024. 9. 2.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01:29:27 매우 바쁘게 살고 있다. 그래서 매일 쓰던 작업 일지도 일주일 만이다.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오후 5시 30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 가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함께 논다. 사실 어디부터 말을 시작해야 올바른 순서인지 헷갈리는데 대리운전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4시가 되고 간단하게 씻고 아침을 먹고 잠에 드는 시간이 오전 5~6시 사이다. 그리고 눈을 뜨면 점심시간 즈음인데 겨우 일어나서 잡초들을 돌보고 밥을 챙겨 먹고 샤워를 한 후 커피를 마시고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하루하루가 똑같다. 그렇게 아내와 교대를 하고 출근을 하면 저녁 6시가 조금 넘는데 이는 열대여섯 명의 대리 기사 중 출근 순서로 보면 거의 꼴찌다. 아, 대리운전은 출근 순서가 매우 중요한데 그 이.. 2024. 9. 2. 2023년 3월 2일 목요일 00:06:09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둘째 아이가 전신 거울에 기대며 서 있다가 넘어져서 코피가 나고 뇌진탕 증세가 보여서 오늘은 일하러 가지 않았다. 아이가 정신을 못 차리며 말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할 때 심장이 벌컥 내려앉았다. 약 한 시간 동안 아이는 좋아하는 뽀로로도 몰라보고 푸우도, 키티도 모두 모른다 했다. 아예 말을 못 하는 벙어리 증상을 보였는데 다행히 계속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면서 너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보듬어 주니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놀라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손이 떨린다. 대리운전을 하면 단체 카카오톡 방에 모든 기사님들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 그리고 전용 어플을 통해서 어떤 콜이 얼마나 많이 업로드되는지 알 수 있는데 오늘은 내가 .. 2024. 9. 2. 2023년 2월 28일 화요일 17:04:33 새벽에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은 시간 동안 대리운전 하는 것을 비교한다면 후자가 200배는 힘든 것 같다. 어제는 1억 8천만 원짜리 벤츠 전기차를 몰았는데, 운전하는 내내 손이 떨렸다. 아, 그제도 벤츠를 탔는데 그건 1억 원 짜리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또한 그 좁은 공간 안에서 꽤나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이 시간 즈음이 되면 꾀병이 도져서 오늘은 쉴까, 수십 번 고민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사무실로 간다. 오늘은 아이들 치과 예약 덕분에 강제로(?) 오전 8시에 일어났는데 일찍 일어난 덕분에 그동안 잠시 소홀했던 잡초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밖에서 자라고 있는 대조군들의 죽은 부위들을 정리했고 하나하나 영양제를 줬다. 실내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모두 영양제를 .. 2024. 8. 31.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12:17:26 22일 수요일 저녁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했다.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9시간 동안 일을 한다.아직 초보라서 한림읍 관내 위주로 단거리 운전을 하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우선 어느정도 술을 드신 손님을 대응하는 일부터 전기차나 다이얼 방식의 서로 다른 조작 방법을 가진 자동차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그렇게 9시간 동안 긴장하면서 있다 보니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바로 잠에 들었다. 23일 목요일에는 오전 일찍 대구에 가서 "잡초를 위한 트레이" 제작을 위한 미팅을 했고 새마을호를 타고 바로 부산으로 가서 글을 쓰는 "이정임" 작가님과 미팅을 했다. 아, 물론 부산에서 제주로 도착한 후 밤 9시부터 대리운전을 빼먹지 않고 했다. 상당히 피곤했지만, 하루 빠지면 다시 그만큼 감각을 되돌리는 게.. 2024. 8. 31.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05:38:53 "노린재"만을 촬영한 8장의 필름을 현상한 후 그 "노린재"가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8장의 필름을 그 "노린재"만 찍었다. 지난번 현상한 그 "노린재"까지 포함하면 그 "노린재"만을 위해 24장을 촬영한 셈이다. 밭에서 보이는 그 "노린재"는 토치를 사용해서 불로 깔끔하게 태워 없애는 해충이다.실수로 녀석을 만지기라도 한다면 아주 고약한 냄새가 며칠동안 지워지질 않는다. 2024. 8. 31. 2023년 2월 20일 월요일 23:05:08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알게 된 날이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일찍 퇴근을 했고, 오후 7시에 일을 못하겠다고 전화로 말씀드렸다. 2024. 8. 31. 2023년 2월 20일 월요일 00:24:32 필름 8컷을 현상했다. 그중에 오늘 촬영한 노린재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맘에 드는 이미지에 빛이 들어갔다. 그래서 노린재 하나만 9컷을 찍었다. 나는 6시간 뒤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한다. 2024. 8. 31. 2023년 2월 19일 13:06:06 잠깐 작업실에 왔다가 매우 반가운 얼굴을 보고 두 컷을 찍었다.아직 쌀쌀한 겨울이지만 온습도가 유지되는 화장실에서 태어난 "노린재"다. 2024. 8. 3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