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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1년101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02:13:48 산양에서 키웠던 모든 풀들을 귀덕 작업실 화장실에 옮겨 놓았다. 식물재배등을 설치했으며 따뜻하게 온도 관리도 하고 있으며 물도 잘 주고 있다. 봉숭아 두 개는 잡초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해서 밖에 놓았고 아직 서울에서 카메라가 도착하지 않아서 추가적인 촬영은 못하고 있다. 선반이 없어서 휴지 걸이에 넝쿨 식물 하나를 올려놓은 게 맘에 걸린다. 2024. 1. 25.
2021년 12월 21일 화요일 23:39:01 오후에 산양에서의 마지막 촬영을 했고 밤에 바로 현상을 했는데 모두 망쳤다.카메라 매거진 기어가 엉켜서 모든 이미지들이 겹쳐서 나왔다. 내일 카메라를 서울로 보내서 수리를 맡기고 돌아오는 대로 귀덕에서 사진 속 녀석들을 다시 촬영해야겠다.    산양에 있는 풀과 화분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정리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2024. 1. 25.
2021년 12월 21일 화요일 00:04:19 어제 새벽 5시까지 산양에서 짐을 정리했다.풀과 장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건들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벽에 걸렸던 대형 사진도, 작은 글들과 그동안 모든 과정이 담긴 자투리 소품들도 같이 정리했다. 밤에는 귀덕에서 산양에서 촬영한 중형 필름을 현상했는데 저번처럼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부분적으로 매거진이 겹치면서 이미지가 중첩됐다. 이제 풀들도 귀덕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산양에서 연락이 온 것도 한몫을 했지만 좀 더 섬세한 작업을 위해서는 귀덕에서 가까이 두고 지켜보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어서 24일에 산양 스튜디오를 비우겠다고 얘기했다. 원래는 31일까지 남아서 작업을 할 생각이었지만 가장 먼저 입주해서 가장 먼저 퇴실하는 것도 아름답게 레지던시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될 .. 2024. 1. 25.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00:57:55 어제까지 대부분의 네거티브 스캔을 마쳤고 편집도 완료했다. 그래서 어제 산양에 와서 물도 넉넉히 주고 다시 촬영을 시작해서 오늘 저녁에 귀덕에서 현상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내가 지금 다시 산양에 와 있는 이유다. 두 번째 사진 속 풀은 "새포아풀"인다. 여름에 왕성하게 자라는 풀이라 지금 날씨에 살아있는 게 놀라울 정도로 기특하다. 어제 이 녀석을 촬영한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오늘 새로 촬영했고 내일 다시 현상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풀들이 아직까지 초록을 유지하며 잘 자라고 있다. 그동안 모두 열어뒀던 산양의 창문은 4개 중 하나만 열어 놨다. 진딧물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중이며 가을까지 있었던 날파리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흑백으로 촬영하는 이유는 잡초의 형태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 2024. 1. 25.
2021년 12월 14일 화요일 07:24:16 필름 스캔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4월부터 촬영한 필름부터 13일 어제 촬영한 필름까지 대부분의 이미지를 스캔했다. 그리고 몇 장을 골라서 후반 작업까지 끝냈는데 그중 하나가 위 사진이다. 내가 원하던, 상상만 했던 고귀하고 아름다운 잡초 사진이다. 산양에서 보여줬던 잡초 사진과는 다르다. 하얀 철제 선반을 타고 올라가는 환삼덩굴의 모습이 이보다 더 서정적일 수 있을까. 모처럼 밤을 꼬박 샜더니 눈이 아프긴 하지만 후반 작업을 마무리한 몇 장의 이미지를 보며 혼자 웃는다. 당분간은 이 즐거움과 감동의 순간들을 혼자 만끽하고 싶다. 아침을 맞이하고 조금만 더 작업을 하고 누워야겠다. 리터칭 해야 할 네거티브가 250장이 넘는다.    (핫셀블라드로 촬영할 때는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 눈의 시선이 중앙 포.. 2024. 1. 25.
2021년 12월 13일 월요일 04:57:46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쉬지 않고 필름 스캔을 했다. 현재까지 140장 정도 했는데 앞으로 300장 정도 더 해야 한다. 이제 손이 좀 익어서 작업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양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핫셀블라드"로 꾸준히 촬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스캔 작업을 해야 하므로 대략 500장 정도의 파일이 만들어질 것 같다. 이 중에서 30장 정도를 리터칭 해서 프린트를 할 것이며 약 100장 정도의 최종 파일을 만들어서 "일우사진상"에 지원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아직 면접의 방식이 비대면일지, 대면일지 모르지만 일단 프로젝트를 잘 정리해서 내년에도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까 밤 10시에 산양에 가서 촬영한 120mm 필름 두 롤을 현상하고 건조를 위해 걸어 놓으.. 2024. 1. 25.
2021년 12월 9일 목요일 23:05:18 아침부터 저녁까지 [P-3 GRID] 작업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어제 산양에서 촬영한 중형 네거티브를 현상했다. 결과적으로 역시 포맷의 무게에서 오는 묵직하고 안정적인 힘이 존재한다.35mm에서는 잡초들의 가볍고 여린 형태들이 중심을 못 잡았다면 120mm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뽐낸다. 물론 저마다의 여리여리함은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표현될 줄 몰랐다. 다만 아주 오랜만에 스테인리스 릴에 중형 필름을 감아 본 거이라 그런지 1컷에 버벅대던 나의 흔적들이 필름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 12컷에서도 매거진에서 이미지가 중첩되서 나온 것도 원인 파악을 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미지가 다행히 잘 나왔다는 것이다... 2024. 1. 25.
2021년 12월 8일 수요일 23:56:24 첫 중형 카메라 촬영 날이다. 소형 카메라로도 상당한 만족을 해왔지만 중형으로 넘어가야 작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조금 더 진지해지기 때문에 촬영을 시작했다. 일단 두 개의 익스텐션 'X16', 'X56'과 120mm 마크로 렌즈를 조합해 가면서 촬영을 했지만 소형으로 촬영할 때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상당한 고민 끝에 익스텐션 두 개를 동시에 연결하고 렌즈를 결합하니 어느 정도 피사체와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두 개의 익스텐션과 120mm 마크로 렌즈를 결합하여 한 롤(12장)을 찍었다. 그리고 혹시 80mm 일반 렌즈를 결합하면 어떨까 해서 끼워봤더니 이제야 내가 원하는 근접 장면이 나온다. 일단 모든 촬영에서 노출은 입사식으로 노멀 촬영했고.. 2024. 1. 25.
2021년 12월 4일 토요일 22:23:09 최근 잡초 재배 작업은 주로 잔가지를 잘라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세 번째 사진 속 아이는(이제 와서 느끼지만) 잡초가 아닌 것 같다. 처음에 아주 작은 상태의 녀석을 데리고 왔을 때는 잡초가 확실했는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절대 잡초는 아니다.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다. 잘라도 잘라도 또 자란다. 좁은 줄기의 빈틈을 애써 찾아 다시 이파리를 내미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기도, 귀엽기도 하다. 애초에 정전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자신의 몸보다 굵은 줄기를 갖지 않았을 아이였을 것이다. 고유의 복슬복슬한 털도 무척 화려하다. 오늘은 지난 번 "다이소"에서 구매한 식물 전용 구슬(알) 비료를 골고루 뿌려줬다. 모든 풀에게 준 것은 아니고 주로 촬영을 하는 녀석들에게 우선적으로 주고 물.. 2024. 1. 25.
2021년 12월 3일 금요일 16:49:31 산양에 있으면서 9개월 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네거티브를 만들었다. 35mm 필름이긴 하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고 대형 프린트를 하더라도 입자가 거칠어지는 현상 이외에는 모든 부분에서 괜찮다. 감도가 400이기 때문에 입자는 어떨 수 없는 현상이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잡초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 조절이다. 다시 말하면, 피사체와이 거리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최대로 다가갈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 있다 보니 조금 더 접근해서 촬영할 수 있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또한 35mm 필름 포맷이 주는 장점이자 단점이 화면 비율이 24x36이라서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6x6포맷 중형 필름을 써 볼 계획이다. 다행히 초점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익스텐션이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해서.. 2024. 1. 25.
2021년 12월 3일 금요일 01:04:40 산양에 올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 며칠 공모전에 제출할 자료를 작성하느라 머리도 너무 아팠고 작가님들과 이야기 나눌 겸 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산양을 떠날 때가 됐다. 많은 아쉬움도, 미련도 있겠지만 그보다 작가님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물론 내 상황이 매일 작가님들과 같이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제 모두와 헤어져야 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오늘은 박도연 작가님과 처음으로 작업을 같이 했다. 예전에는 좋은 흙으로 잡초를 위한 화분을 비롯하여 오브제를 만들어 보자고 말씀드렸지만 나는 준비해 온 지점토를 드렸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물레를 차서 도자기 접시처럼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다.아이가 출산하는 과정을 두 번이나 지켜본 .. 2024. 1. 25.
2021년 11월 27일 토요일 22:48:45 오늘 오전 11시에 결과 보고전 오프닝을 했고 점심과 저녁 식사는 입주 작가님들과 함께 했다. 점심에도 술을 마셨고 저녁에도 술을 마셨기 때문에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산양에서 잔다. 어제는 디스플레이 확인하느라 산양에서 잤다. 지난번 위로만 길게 뻗으면서 자라던 녀석의 가지를 좀 다듬어 줬더니 이렇게 곁에서 잎순이 삐죽삐죽 나오고 있다. 술을 마신 상태여서 그냥 쉬고 싶었는데 녀석들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잘자라. 2024.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