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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12월 14일 수요일 00:12:09

by 스튜디오 잣질 2024. 7. 22.

 

잡초들이 화장실로 들어온 이후 이곳은 다시 온갖 벌레들로 가득 찼다. 이 안에서도 그들만의 법칙은 존재하는 것 같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아주 작은 벌레들이 자꾸 걸리고 그 안에서 죽어간다.

 

 

 

 

 

핫셀블라드를 판매한 이후로 나를 괴롭혀 왔던 해군 초계기에 대한 집착은 어느 정도 상쇄됐다. 아침이든 밤이든 "P-3 오라이언"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잽싸게 핫셀블라드를 들고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약 2년 동안 그렇게 녀석을 쫓아 하늘만 바라봤는데 녀석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없어지니 나갈 일이 없다. 아침 7시 언저리부터(더 이른 시간에도 녀석은 집 위를 날아다녔다.) 녀석이 갖고 있는 네 개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는 집 전체를 울릴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오늘 아침에도 녀석이 집 위로 지나가면서 녀석만이 갖는 굉음과 진동이 몇 번이나 왔었지만 잠시 눈만 뜨고 다시 잤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긴 시간 동안 녀석을 추적하고 관찰하면서 꽤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제대로 촬영한 필름이 없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컷이 있지만 예상할 수 없는 시간에 매우 긴박한 속도로 빨리 지나가서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녀석이 지나갈 때면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본다. 의식처럼 되어 버린 나의 행동에 어색함을 느끼지만 이제는 구름 사이를 시원하게 가르며 멀리 날아가는 녀석의 동체를 보면서 켜켜이 쌓인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