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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3월 25일 금요일 00:32:18

by 스튜디오 잣질 2024. 1. 28.

 

9월에 있을 [대안공간 루프]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교류전을 위해 어제 하루는 서울에서 일정을 보냈다. (잠정적으로는 잡초들을 위한 집을 만드는 방향으로 설정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보낼 작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8폭 병풍이나 족두리 그림을 만들어서 걸 수 있는, 그래서 쉽게 이동이 가능하면서도 동양적이고 재미가 있는 설치 작업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루프 디렉터님과 큐레이터님, 코디네이터님과 참여 작가님, 그리고 노원에코센터 관계자분들과 야외에서 긴 시간 동안 미팅을 했는데, 나 역시 잡초들의 씨앗을 모아서 아카이브 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벽에 걸려 있는 여러 토종 씨앗들이 샬레에 담겨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장이 나서 서울로 보냈던 핫셀블라드는 다시 그대로 나에게 왔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녀석도 서울을 다녀오니 자가 치유의 능력을 발휘한다.)

 

오늘은 처음으로 일지에 사진 두 장을 올렸는데 서로 다른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미국까마중]이다. 하나는 곁순과 이파리 모두를 잘랐고 다른 하나는 곁순은 남겨두고 이파리만 잘랐다. 둘을 비교해서 성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관찰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56 익스텐션 튜브의 추가가 녀석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촬영을 하는 시간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기형적으로 늘어난 4개의 익스텐션 튜브와 120mm 마크로 렌즈의 조합은 촬영에 앞서 뷰 파인더를 통해 충분한 관찰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벌레들의 더듬이와 다리의 움직임은 사진으로만 표현하기에는 무척 아쉽다.

 

 

 

오늘은 두 롤을 현상했고 다시 루 롤을 촬영했다. 이제 냉장고에 남아 있는 흑백 필름이 두 롤 밖에 안 남았다. 그리고 3월 마지막이 8일 남았다. 다시 말하면, 8일 동안 24컷의 필름으로 차분히 생각하면서 촬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잘 버텼다.

 

 

 

 

(내일부터 제주에는 태풍과 같은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한다. 나는 현상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