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농약을 사용했다.
농약의 이름은 "희소식".
20리터 용량의 전동 분무기 안에 큰 숟가락 5개 분량의 원액을 타서 잘 섞은 후 뿌리면 되는, 설명서 상으로는 매우 제조하기 쉬운 농약이다.
"희소식"을 사용한 이유는 모기 때문이다. 집 주변이 모두 나무로 둘러져 있는데 그 나무 울타리 안으로 잡초들이 아주 무성하게 자라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모기들이 많다. 그리고 집 뒤로 있는 400여 평의 아로니아 나무들을 잠식한 잡초 숲에서도 모기들이 들끓고 있다. 결국 나의 무농약 농사 고집이 집 주변을 모기 소굴로 만들었다. 시골 생활을 하고 있지만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을 정도다. 정원에서 10초 이상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본 적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풀 모기들이 잠시 피부를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금세 그 부위가 부풀어 오른다. 이 정도로 극심한 모기 스트레스에 시달려 살아왔지만 그래도 참았다. 하지만, 아이들까지 모기에 시달리면서 결국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또 한 달이 걸렸다. 전동 분무기와 농약을 모두 사놓고도 조금만 있으면 없어지겠지, 쓸데없는 희망만 가지고 한 달을 지나쳐 버린 것이다.
그러나 오늘, 아이들을 재우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밖에서 잡초들을 살펴주고 관리해야 하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모기들이 달라붙었기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농약을 파는 아주머니께 소량만 넣어서 써도 충분하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 했는데 뿌리자마자 반응이 왔다. 가장 먼저 귀뚜라미들이 픽픽 쓰러졌다. 다음은 나방, 다음은 콩벌레, 다음은 풍뎅이, 다음은 집게벌레, 그다음은 아기 사마귀들.. 모두 죽기 시작했다. 모기는 잘 안 보였다. 당연히 밤이고 녀석들은 작아서 잘 안 보이므로 알아서 죽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기를 제외한 나머지 곤충들마저 배를 뒤집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머리에 랜턴을 쓰고 약을 뿌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기어 나오는 힘이 빠진 곤충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내 눈과 마주친다. 날아다니는 녀석들도 같다. 비실비실 날더니 이내 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애써 농약을 실컷 뿌리고 다시 정원에 있는 호스를 들고 연신 이곳저곳에 물을 뿌렸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힘이 빠져 누워있는 여러 녀석들에게 실컷 물을 뿌려서 기사회생을 시켰다. 특히 아기 사마귀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잡초 안에서 살고 있는 작은 벌레들도 걱정이다. 어두워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아침이면 여러 곳에 쓰러져 있을 그동안 가까이했던 사진 속 친구들에게 후회할 짓을 했다. 계속 물을 뿌렸다. 약이 다 지워질 정도로 물을 뿌렸다.
날이 밝으면 나가서 수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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