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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9월 28일 수요일 23:37:16

by 스튜디오 잣질 2024. 5. 23.

 

소소하게 여러 작업을 했다. 낮에 아이들과 밭 주변을 산책하면서 어린 나팔꽃 두 포기를 캐서 작업실에서 수중 재배하고 있던 녀석 둘과 함께 화분에 심었다. 어제는 둘째 아이가 눈병에 걸려서 어린이 집에 가지 못했는데 하루 사이에 첫째 아이도 눈병에 걸려서 유치원에 못 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작업실에 2년째 자라고 있는 "어저귀"를 다시 잘랐다. 이번에도 역시 과감하게 잘랐는데 세어보니 그동안 총 10번의 가지치기 흔적이 남아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잘라줘도 자랄 수 있을까. 위태로운 녀석의 모습을 보면 짠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기다감도 있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과 같다.

 

지난 현상에서 빛이 들어간 네거티브를 다시 촬영했다. 하지만 풀은 이미 씨앗을 품고 죽어가고 있어서 투명 테이프로 꺾인 부분을 감아주고 작업했다. 또한 어저귀 둘을 같이 놓고 촬영을 했는데 마치 숲과 같다. 사실은 이번 장면도 지난 현상에서 문제점이 발견돼서 다시 자리 배치를 하고 찍은 것이다. 위의 사진은 휴대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라서 확인이 어렵지만 실제 대형 필름으로 촬영한 이미지에서는 촬영을 위해 잘라버린 이파리와 줄기의 단면이 잘 보일 것이다. 

 

 

낮에는 꽃이 핀 (개망초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도 찍었다. 녀석의 가장 볼만한 부분은 가운데 줄기인데 ㄷ자 모양으로 휘어서 자라는 모습이 가히 볼만하다.

 

겨울이 점점 다가오는데 아직까지 잡초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에 있는 <잡초 재배를 위한 가구 Prototype 2>를 작업실로 가지고 와서 녀석들을 키우는 게 이성적으로 옳은 판단이지만 제주까지 운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아직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농사용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컨테이너를 청소하고 깨끗하게 정리해서 식물 재배등을 설치하고 전체를 온실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게을러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 실내 온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 지도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혼자서는 힘들다.

 

눈병에 걸린 첫째 딸아이가 지금 이 사간에 나와 함께 작업실에 있다. 정원에 있는 풀을 작업실로 들고 와서 촬영을 하는데 잠이 안 온다며 아빠를 찾길래 그냥 데리고 와서 보리차를 끓여서 줬다.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종이와 연필을 줬다. 아빠가 돼서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맘뿐이다. 아이들이 누려야 할 행복을 아빠의 작업이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쉴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