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에 올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 며칠 공모전에 제출할 자료를 작성하느라 머리도 너무 아팠고 작가님들과 이야기 나눌 겸 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산양을 떠날 때가 됐다. 많은 아쉬움도, 미련도 있겠지만 그보다 작가님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물론 내 상황이 매일 작가님들과 같이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제 모두와 헤어져야 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오늘은 박도연 작가님과 처음으로 작업을 같이 했다. 예전에는 좋은 흙으로 잡초를 위한 화분을 비롯하여 오브제를 만들어 보자고 말씀드렸지만 나는 준비해 온 지점토를 드렸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물레를 차서 도자기 접시처럼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이가 출산하는 과정을 두 번이나 지켜본 아빠의 입장에서 오늘 내가 본 장면은 과장을 좀 보태서 그날과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지점토가 서서히 형태를 갖춰나가면서 구멍이 생기고 얇은 두께로 면이 형성되면서 접시가 생겼다. 초등학생 이후로 지점토를 만져본 적이 없다는 도연 작가님의 말씀대로 흙과 물성이 너무나 다른 지점토가 물레 위에서 만들어지는 형태는 웃기기도, 어이없기도,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벅찬 감동을 줬다. 지점토 도기가 잘 마르면 색을 칠하고 유광 바니쉬를 발라서 잘 간직하고 싶다.
처음에 만들 때는 총 3개의 지점토가 사용됐다. 받침 용도로 2개가 들어갔고 그 위에 하나가 실제 그릇이 됐다. 그다음에 만들 때는 온전한 하나의 지점토로 그릇을 만들었는데 그 자태가 가히 아름답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는 일정한 두께로 면적을 넓혀가며 위로 올리는 과정인데 도연 작가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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