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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1년

2021년 9월 25일 토요일 00:32:54

by 스튜디오 잣질 2024. 1. 23.

 

아침에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부위가 아파서 왼쪽 팔을 전혀 쓸 수 없다. 하지만 이 녀석은 재미가 있어서 앞뒤로 촬영을 했다.

 

한림읍 귀덕리에 6년이 조금 넘게 살면서 농사를 하고 정원을 가꾸면서 나무에 대해서 좀 알게 됐는데 대부분의 나무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훨씬 예뻐지고 울창해지며 더울 잘 자란다는 사실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잡초 중에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을 좀 만져줬다. 무성하게만 자라던 녀석의 줄기와 이파리들을 대부분 과감하게 잘라줬고 산양에서는 처음으로 밑에서 자라고 있던, 자연적으로 자란 잡초들을 모두 뽑았다. 사실, 뽑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고 뽑는 순간에도 마음이 괴롭고 아팠다.

 

왼쪽 어깨를 쓸 수가 없어서 오른손 하나로 화분을 이동하고 카메라와 조명을 만지면서 촬영을 했는데 이마저도 무리가 가서 당분간 팬이 선물해 주신 책을 읽으면서 풀을 관찰해야겠다. (내게는 나름 팬이 세 분 정도 있는데, 제주에서 하는 개인전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오실 정도다. 그런데 그중 한 분께서 이번에 오지 못한다고 미안한 마음에 정지돈 작가의 '영화와 시' 책과 '황해문화 2021년 가을호 112'를 보내주셨다. 정지돈 작가의 책을 보내주신 이유가 내가 쓰는 작업과 그의 에세이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서 흥미를 느끼는 중이다.)

 

원래의 계획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주말 낮에 산양에 와서 가을 잡초들을 둘러보고 흙을 채취해서 스튜디오로 옮겨 심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몸 상태라면 도저히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