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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4월 7일 목요일 00:07:27

by 스튜디오 잣질 2024. 1. 28.

 

인터뷰를 위해 그제 서울에 다녀왔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샤워하고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운전해서 공항에 갔다. 오전 6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7시 50분에 김포에 도착해서 중앙보훈병원행 9호선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출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몰렸다. 그래도 모두들 차례를 지키며 급행열차를 타는 빨간 줄 안으로 줄을 섰다. 하지만 잠시 후, 급행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얌전했던 사람들이 모두 야수로 돌변했다. 줄은 오간대 없고 모두 섞여 뒤범벅이 됐다. 나는 꽤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음에도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끼어들면서 순간 맨 뒤로 밀려났고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그렇게 1시간을 서서 종점까지 갔고 다시 택시를 타고 인터뷰가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됐다. 11시에 인터뷰가 잡혀 있기 때문에 주변 카페에 가서 크로와상과 초콜릿쿠키,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기다렸다.

 

8명의 작가님들이 한 곳에 모였다. 그중 한 분은 이미 다른 곳과 전속 계약이 되어 있어서 인터뷰를 포기하고 중간에 나가셨고 나머지 분들과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됐는데, 우연히도 모두 80년생 동갑이었다. 회사 측에서 나이별로 인터뷰 날짜를 잡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긴장감이 넘치는 그 안에서 서로의 지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80년생, 모두 마흔세살이 된 우리들은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버텼다. 그간의 고뇌와 번뇌들이 예상치 못한 인터뷰 장소라는 곳에서 서로를 달래주고 있었다.

 

 

 

프로젝트 [종달새 날아오르면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 모순적인 태도를 취한 작가 본인의 과정을 기록하고 촬영하여 아카이브 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담론을 담았던 작업과 더불어 앞으로 진행할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사진 작업을 병행한다면 나의 작업은 다시 아이러니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오늘은 '서양 민들레' 한 녀석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씨앗들을 채집하기 위해 줄기를 잘라줬다. 그리고 "어저귀"도 잘랐다. 화장실에 있는 식물재배등 위를 넘어 너무 길게 자라서 줄기가 휠 정도로 휘청거리길래 새순이 나오는 지점을 찾아 그 위를 잘라줬다. 자른 부분은 유리 화병에 물과 함께 넣어 작업실 창문에 올려놨다. "어저귀"도 이제 화장실이 아닌 햇빛이 드는 창가에 놓았다.

 

 

**텃밭에 사용하는 파란색 구슬 모양의 비료를 잡초에게 모두 줬는데 죽은 녀석들이 꽤 있다. 반면 비료를 넣은 이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잡초들도 있는데 "미국까마중"과 "서양민들레", "어저귀"가 대표적이다. 반면 "미국까마중"도 죽은 녀석이 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 아직 매우 어린 모종 상태의 잡초들도 비료를 받고 죽은 녀석들이 꽤 있다.

 

**필름 두 롤과 10컷을 촬영했고 내일은 현상해야 하지만 보다 급한 작업이 필름 선별 작업이기 때문에 당분간 현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필름 선별을 한 이후에는 서울로 필름을 보내서 스캔을 하고 FFF 파일로 다시 받아서 모든 네거티브를 리터칭해야 한다. 그리고 후반 작업을 마친 모든 파일을 서울로 들고 가서 테스트 프린트를 하고 최종 프린트까지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보름 안에 끝내야 한다. 내가 보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