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재배 일지/2021년101 2021년 7월 14일 수요일 15:50:39 산양 싱크대 개수구에 버려져 있던 여러 풀더미 쓰레기에서 싹이 하나 길게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아직 녀석의 정체는 모르지만 일단 창가에 있던 화분에 조심히 옮겨 주었고 물을 넉넉히 줬다. 2024. 1. 21. 2021년 7월 11일 일요일 22:34:51 내일은 아침 일찍 중요한 촬영이 있는 날이다. 그럼에도 산양에 늦은 시간에 온 이유는 풀들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제와 오늘 다른 점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역시 환삼덩굴과 나팔꽃 같은 넝쿨 식물의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줄기가 뻗어 나가는 기세가 무섭다. 어제도 촬영을 하까 말까 많이 고민했는데 일단 참았다. 오늘도 녀석들을 보며 촬영의 욕구가 일었지만 참는다. 보름에 한 번씩 촬영하는 게 맞다. 유독 성장 속도가 빠른 녀석들은 내일 촬영이 끝나고 주중에 한번 촬영할 계획이다. 날이 매우 더워서 숨만 쉬어도 온몸에 땀이 맺힌다. 죽은 풀들의 줄기와 이파리들을 가위로 정성스럽게 잘라줬다. 2024. 1. 21. 2021년 7월 10일 토요일 20:53:45 귀덕 작업실 바로 앞에는 약 500여 평 규모의 초당 옥수수 밭이 있다. 물론 지금은 수확이 끝나고 말라버린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채 흉물스럽게 있지만 싱그러운 연둣빛의 옥수수 알맹이들이 줄기마다 가득 찼을 때는 제법 볼 만했다. 옥수수가 자라는 과정을 매일 지켜보며 가족들과 함께 먹을 생각에 마냥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다. 물론 수확된 옥수수를 가족과 함께 맛있게 먹었고 아직도 냉동실에 한가득 있지만 이제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간다. 대문 앞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밭이라 하루에 몇 번이고 앙상한 옥수수밭을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하는데 맘이 불편한 것이다. 옥수수를 재배했던 형님은 상품성을 키우기 위해 자주 밭을 찾아와 비료를 주고 달팽이까지 젓가락으로 잡아가며 키웠지만 수확이 끝난 후에는 전혀 보이지.. 2024. 1. 21. 2021년 7월 9일 금요일 10:31:04 조금 일찍 산양에 왔다. 지난밤에는 귀덕에서 한 달 동안 촬영한 필름 72컷을 현상했고 현상하는 내내 거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나에게 거미란 녀석은 조금 복잡한 존재다. 창문이나 생활 반경에서 멀리 떨어져서 거미줄을 쳤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내 이동 동선에 거미줄을 쳤는데 행여나 그 흉측한 거미줄이 내 얼굴을 칭칭 감았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 가스 토치를 들고 엄청난 화력으로 거미줄을 제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이곳저곳에 녀석들이 또 그만큼의 거미줄을 쳐 놓는다. 알다시피 나의 아침은 아이 둘을 챙겨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바쁘고 정신이 없다. 따라서 앞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휙휙 다니는데 그 와중에 얼굴을 확.. 2024. 1. 21. 2021년 7월 8일 목요일 12:19:25 비가 많이 내려서 매우 질퍽질퍽한 날이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산양에 왔다. 여름 즈음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곤충 중에 거미가 있다. 모기도 물론 유명하지만 사실 내게 더 많은 짜증과 화를 불러일으키는 놈은 거미다. 특히 위 사진 속에 있는 "깡충거미"라는 녀석이 유독 심기를 건드리는데 이유는 뭐 간단하다. 잡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만났던 곤충 중에서 가장 영리하다. 아까 산양에 오기 전, 귀덕 집에서 밥을 먹다가 벽에 녀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놈을 잡기 위해 휴지를 가져가는 순간, 바닥으로 깡충 뛰어내려 도망을 갔다. 책장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손을 넣을 수 없어서 진공청소기를 들고 가서 들이댔는데 역시나 청소기의 주둥이 반대 방향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 2024. 1. 21. 2021년 7월 6일 화요일 00:44:43 정확히는 7월 5일 월요일이 산양에서 잡초 촬영하는 날이다. 촬영은 밤 10시에 시작해서 지금 막 끝났다. 약 2시간 30분 동안 36컷 필름 한 롤과 기존 카메라에 있던 한 컷을 다해서 모두 37장을 찍었는데 이게 참 어렵다. 잡초들이 워낙 가늘어서 아주 약한 공기의 흐름에도 미세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셔터 속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 안의 에어컨을 꺼야 하는데 촬영 내내 온몸이 다 젖을 정도로 덥다. 더욱이 장마 기간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습하다. 하지만 오늘 촬영은 다른 날에 비해 재미가 있었다. 잡초 위에 붙어 있는 벌레 한 마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철제 선반에서 자라는 환삼덩굴이 식물재배등을 타고 몸을 비비 꼬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1mm 정도 되는 벌레가 마크.. 2024. 1. 21. 2021년 7월 2일 금요일 22:00:13 이 얼마나 곱고 우아한가. 여리지만 곧게 뻗은 저 줄기와 완벽하게 안정적인 이파리의 위치는 실로 감탄을 자아낸다.(필름으로 찍은 후에 일지에 올리기 위해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흑백 변환한 사진이다.) 2024. 1. 21. 2021년 7월 2일 금요일 21:21 그저께 산양에 왔을 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녀석들이 이틀 만에 무더기로 싹을 틔웠다. "서양금혼초", 민들레처럼 생긴 씨앗을 가진 녀석이고 흙과 함께 같이 섞어서 심을지 아니면 흙 위에 그냥 뿌려주기만 하고 물을 줄지 고민했는데 후자의 방법이 옳았다. 자연에서 자라는 방식 그대로 흙 위에 뿌려주고 물만 조금 줬을 뿐인데 발아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2개의 화분 모두에서 같은 속도로 자라고 있으며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식물재배등이 아닌 스튜디오의 창가에 두고 햇빛을 쬐고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떡잎의 방향이 모두 햇빛을 향해 뉘어 있다. 산양 스튜디오에는 해가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어오지만 그래도 식물재배등 보다 자연적인 빛이 잡초들의 발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또한.. 2024. 1. 21. 2021년 6월 29일 화요일 12:37:48 결국 열심히 고민하고 한 시간 동안 20장 가까이 촬영했다. 2024. 1. 21. 2021년 6월 29일 화요일 11:58:52 산양에서 촬영한 흑백 필름 2 롤(72컷)을 귀덕 작업실에서 현상했다. 현상할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비 꼬인 환삼덩굴의 세부적인 모습은 참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오늘은 오전부터 산양에 나왔는데 며칠 사이에 환삼덩굴 한 녀석이 철제 선반의 구멍을 넘나들며 올라타고 있었다. 이 녀석의 모습을 필름으로 촬영할지 말지 열심히 고민 중이다. 2024. 1. 21. 2021년 6월 26일 토요일 22:52:10 사실상 방치나 다름이 없었던, 창가에 놓인 메마른 화분 흙에서 풀이 아름답게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촬영하는 날이 아님에도 카메라를 세워 놓고 사군자 중 난을 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찍다 보니 귀덕에서 가지고 온 "서양금혼초" 씨앗과 같이 20장 가까이 촬영을 했다. 지금까지는 상토 속으로 씨앗들을 집어넣고 다시 흙을 덮고 물을 줬는데 "서양금혼초"는 상토 바로 위에 씨를 올려만 놓고 물을 살짝 뿌려만 줬다. 싹이 살며시 올라오고 있는 "개자리"는 식물재배등이 잘 비추는 선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4. 1. 21. 2021년 6월 23일 수요일 00:46:15 계획대로라면 그저께 21일에 촬영을 했어야 했는데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지내다 보니 오늘이 촬영하는 월요일로 착각하고 작업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월요일인 줄 알았으니 요즘 하루가 얼마나 정신없이 흘러가는지 행복할 일이다. 최근에 금오름을 2번이나 오르면서 4x5인치 필름 작업을 했고 초반에 촬영했던 "Hold me tight" 파일 중에 몇 개를 새로 골라 후반 작업을 마쳤다. 또 필름 박스를 모두 정리해서 6권의 앨범을 만들었고 다시 하나하나 스캔할 필름들을 선별했다. 이는 곧 서울로 보내서 스캔을 받고 후반 작업을 해야 해서 앞으로도 일정이 매우 빡빡할 것 같다. 산양에서 잡초 촬영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지만 여전히 밑으로 쳐지며 뻗어 나가는 넝쿨 식물의 촬영은 어렵다. 그래.. 2024. 1. 20.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