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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1년101

2021년 10월 5일 화요일 13:59:06 얼마 전에 배양을 시작한 잡초 중 6개가 죽었다. 그리고 버섯의 포자가 산양 스튜디오 실내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심은 잡초의 흙이 사진과 같이 옅은 노란색의 곤충 알로 보이는 것들로 가득한데 창가에 놓인 흙에도 이와 같은 게 많이 보인다. 여기서 "노란 각시 버섯"이 창궐한 것으로 보아 내 짐작이 확실하다. 괜히 헛기침이 나온다. 이틀 만에 산양에 왔고 엊그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창문을 모두 닫고 갔는데 그 사이에 포자들이 날아다니면서 스튜디오를 모두 장악한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15:31:00사진과 같은 구성은 어떨까.재배하는 모든 잡초들을 모아서 화면에 배치한다면.    16:14:29나를 위해 죽어간 그들을 위한. 2024. 1. 23.
2021년 10월 3일 일요일 22:51:10 배추 이파리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을 보통 때와는 다르게 무척 가까이서 촬영했는데 이런 이미지라면 칼라 네거티브가 나을 것 같다. 오픈 스튜디오에 맞춰서 네거티브 필름 6컷 스캔, 190 x 130cm 사이즈의 프린트 두 점을 준비 중인데 스캔 파일을 봤을 때 걱정되는 부분이 어떻게 재현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내일 저녁에는 귀덕에서 필름 두 롤을 현상해야 함.) 2024. 1. 23.
2021년 9월 30일 목요일 22:16:14 버섯들이 사람을 인식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루 만에 또 이렇게 활짝 피는지 모르겠다. 28일에는 분명 1cm도 안 되는 녀석들이었는데 크기가 상당히 크고 화려하다. (27일에 심은 잡초 중 배추같이 생긴 게 하나 있는데 시들시들해서 쳐진 이파리들을 모두 잘라줬다. 그래서 창가에 있던 녀석을 배양실로 다시 넣었다.) 2024. 1. 23.
2021년 9월 28일 16:20:54 12개의 화분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꽤나 굵은 줄기를 가진 녀석 4개를 채취해서 심었고 예전부터 한 번은 키워보고 싶었던 배추처럼 생긴 녀석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대부분의 화분에 상토와 흙을 50:50으로 섞어서 잡초를 심었다. 오늘 심은 12개의 화분을 끝으로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화분은 모두 썼고 내일은 종일 앉아서 화분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2024. 1. 23.
2021년 9월 27일 월요일 16:22:55 아침 일찍 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전 11시에 산양에 와서 14종의 어린 잡초를 옮겨 심었다. 온전한 상토에만 심었던 예전과는 달리 최대한 원래 잡초가 움켜쥐고 있던 마른 흙 그대로 떠서 가져오려고 했다. 산양 스튜디오에 있는 철제 선반에 식물재배등을 설치했을 때는 산만하여 빛이 모아지지 않았는데 옷장에 있는 옷걸이봉에 재배등을 끼워 넣으니 이제야 제법 구색을 갖췄다. 문을 열었을 때보다 문을 닫았을 때 모든 빛들이 한 곳에 모아져 식물들을 온전히 비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재배등과 잡초 사이의 거리가 조금 멀다는 것이다. 이는 추후 식물 재배용 선반을 만들 때 참고해야 할 내용으로 자바라 형식의 재배등보다는 벽체에 LED를 삽입하고 칸을 만들어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2024. 1. 23.
2021년 9월 25일 토요일 00:32:54 아침에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부위가 아파서 왼쪽 팔을 전혀 쓸 수 없다. 하지만 이 녀석은 재미가 있어서 앞뒤로 촬영을 했다. 한림읍 귀덕리에 6년이 조금 넘게 살면서 농사를 하고 정원을 가꾸면서 나무에 대해서 좀 알게 됐는데 대부분의 나무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훨씬 예뻐지고 울창해지며 더울 잘 자란다는 사실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잡초 중에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을 좀 만져줬다. 무성하게만 자라던 녀석의 줄기와 이파리들을 대부분 과감하게 잘라줬고 산양에서는 처음으로 밑에서 자라고 있던, 자연적으로 자란 잡초들을 모두 뽑았다. 사실, 뽑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고 뽑는 순간에도 마음이 괴롭고 아팠다. 왼쪽 어깨를 쓸 수가 없어서 오른손 하나로 화분을 이동하고 카메라와 .. 2024. 1. 23.
2021년 9월 24일 금요일 01:19:26 지난 21일 활짝 피어올랐던 버섯의 모습이다. 어제는 몇 장의 촬영을 했고 아침까지 작업 노트를 정리했다. 산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아이가 죽었다. 그 위에서 함께 살던 작은 벌레도 보이지 않는다.마음이 매우 무겁다. 2024. 1. 22.
2021년 9월 21일 화요일 추석 23:40:15 어제 나와 오늘 나는 매우 다르다.어제 나는 도시에 버려진 들개처럼 찾지 못할 무언가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밤 11시, 귀덕에서 산양을 지나 표선을 거쳐서 남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성산일출봉까지 갔다.다시 새벽 4시, 북쪽으로 난 도로로 송당을 지나 귀덕으로 오면서 제주 한 바퀴를 모두 돌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 나는 모르겠다. 그 와중에 잠깐 산양에 들렀는데 20일 월요일에는 없었던 노오란 버섯 하나가 활짝 펴 있었다.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지만 usb 허브를 놓고 와서 업로드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죽어가는 녀석을 휴대 전화기로 촬영해서 올린다. 버섯이란 것이 하루 사이에 활짝 피고 다시 하루 사이에 이렇게 죽어가는 존재인가. 그리고 죽어가는 버섯 뒤로는 같은 버섯으로 보이는 아.. 2024. 1. 22.
2021년 9월 19일 일요일 23:12:06 어제는 귀덕에서 필름 두 롤을 현상했다.개인전이 끝났다.할 이야기는 아주 많지만 산양의 풀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산양의 잡초들은 다행히 대부분 건강하다. 놀라운 점은 야생에서 자라는 "소리쟁이"에 비해 실내에서 자라는 "소리쟁이" 이파리는 상추처럼 아주 연하다는 점이다. 일주일 만에 물을 줬는데 앞으로는 녀석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 오픈 스튜디오에 맞춰서 촬영한 필름을 몇 장 골라 프린트를 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준명(김준명 작가)이가 잡초를 위한 화분을 11월 말까지 5개 만들어 주기로 했다. 물론 값을 치러야 한다. 산양의 스튜디오 천장에 식물 재배등을 달아야 한다. 더 많은 잡초가 필요하다. 스튜디오에 있는 빈 페트병에 잡초를 심어서 채워야 한다. 이화영 선생님께 잡초 재배 일.. 2024. 1. 22.
2021년 9월 12일 일요일 22:34:47 현상하지 못한 필름이 늘어난다는 것은 나의 게으름이 꽃을 활짝 피운 것과 같다. 약 20컷 정도 촬영을 했다. 이제 귀덕에 있는 두 롤과 오늘 생긴 한 롤의 필름을 현상해야 한다. 2024. 1. 22.
2021년 9월 12일 일요일 21:50:34 44개의 화분에 물을 줬다. 지난 5일 일요일 이후 일주일 만에 산양에 왔다. 몇 개의 풀을 촬영할 것이다. 2024. 1. 22.
2021년 9월 5일 일요일 23:04:38 개인전이 시작됐다.잡초 재배 작업은 아니지만 아이러니한 풍경에 대한 이미지들을 모아서 만들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최근까지 신경성 위궤양으로 음식을 먹지 못했고 계속 구토까지 하느라 명치가 아파서 잠도 못 잤다. 이제 잡초 재배 프로젝트 "종달새 날아오르면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오늘은 개인전 이후 처음으로 산양에 왔고 지난번 옮겨 심은 녀석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해 가며 촬영했다. 다행히 모두가 잘 살아있었는데 그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녀석은 "소리쟁이"다. 아주 작았던 잎사귀가 벌써 15cm 이상 자랐다. 그리고 옆에서 자라고 있던, 벌레가 정착하며 살고 있던 풀에 아기 벌레들이 나타났다.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어준다. 내일부터는 전시장에 .. 2024.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