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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03:05:49

by 스튜디오 잣질 2024. 7. 7.

 

부산에 다녀온 이후 잡초 촬영보다는 잡초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나흘 만에 글을 쓰고 있다. 위 사진 속 공간은 집 앞 공유지이다. (아까 밤에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미지다.) 공유지이기 때문에 집 앞이라고 해도 법적으론 내 땅이 아니다. 나는 이곳을 사적으로 불법 점유를 했고 잡초를 키우고 있다. 수국도 심었고 여러 꽃들도 심었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농업용수가 아닌 수돗물로 물도 주고 있다. (맘 같아서는 포클레인으로 떠서 도심지에 놓고 싶다. 저곳의 크기는 250 x 8000mm이다.) 오늘은 두 딸아이와 저곳에 수국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을 심었다. 정원 작은 화분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라던 녀석들인데 안쓰러워서 심었다. 집에 있던 식물 영양제도 꽤 많이 설치했다.

 

요즘 매일 저곳을 바라본다. 어쩔 수 없이 매일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요즘은 그냥 지나다니지 않고 곰곰히 생각을 하며 지나간다. 저곳에 돌담을 쌓아서 사람들이 쉽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할까(주변에 농사하는 사람들이 담배꽁초와 농업용 쓰레기들을 마구 버리는데 너무 화가 난다.), 아니면 예쁜 울타리를 칠까, 그것도 아니면 글을 써서 표지판을 만들까 생각 중이다. 내 땅이 아닌 곳을 내 땅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민원이 들어오면, 설마 공무원들이 와서 애써 심어 놓은 꽃들을 뽑으라고 으름장을 놓지는 않을 것 아닌가? 예쁘게 만들어 놓았는데 다시 원상 복구를 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이 오면 작은 꽃들을 심을 계획이다. 그리고 이름을 지어야지.

 

 

 

정원 "함께(weed(w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