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02:30:18

by 스튜디오 잣질 2024. 7. 7.

 

아이들이 일찍 자서(20시) 20시 30분부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우선 현상 작업이 밀린 필름들이 많아서 4x5인치 8장과 120mm 두 롤을 했지만 화장실에 잡초를 키우고 있어서 작업실 책상에 휴지를 깔아 놓고 건조를 했다. 하지만 이 일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필름이 마르면서 벽에 달라붙어 버렸고 나는 다시 필름들을 수세하고 포토플로를 거쳐 결국 화장실에 다시 필름을 걸었다. 약 5시간 넘게 현상을 했는데 이번에는 먼지와 스크레치가 생겼다. 아, 물론 현상하기 전에 수많을 촬영도 했다. 오늘 120mm 두 롤과 셀 수 없이 많은 4x5인치 필름을 찍었다.

 

현상을 한 이후 한 장면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대형 카메라를 세웠고 6장을 촬영했다. 이제 현상해야 할 필름이 14장 남았다. 물론 대형 필름들이다.

 

최근 [세계자연유산축전]에 설치됐던 <죽은 개망초와 망초를 위한 1,000개의 식물 영양제> 설치 작업을 철수했고 다음 주 월요일이면 [대안공간 루프] 전시도 철수한다. 그리고 바로 11월 3일부터 [포지션 민]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과 함께 하는 국제 교류전시가 시작되는데 아직 드로잉도 완성하지 못했다. 사실, 오늘 촬영과 현상을 하면 안 됐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언제 잡초들이 기력을 다해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서 11월 3일 전시에는 처음으로 "죽은 잡초를 대하는 자세"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형카메라에 감겨 있던 포마팬 필름을 모두 버렸다. 쓸 수가 없을 정도로 필름이 얇고 또한 중형 필름을 감싸고 있는 접착제가 잘 안 떨어져서 필름 매거진에 들러 붙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결국 필름이 매거진 안에서 붙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져서 앞으로 포마팬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지난번 다친 발목 상태가 여전히 안 좋다. 어제 월정리 작업 철수하면서 또 무리를 해서 그런지 현상할 때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다. 무릎 관절과 팔목 관절에 이어 발목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이다슬 작가의 설치 작품과 사진 작품이 무척이나 시적으로 아름다웠다." 대안공간 루프에서의 전시를 보고 난 후, 어떤 관람자 분께서 이렇게 글을 남겨 주셨다. 내가 그동안 작업하면서 바랐던, 문장이 글에 들어가 있다. 이 짧은 감상 편을 여러 번 보고 또 봤다. 내일도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