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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01:48:49

by 스튜디오 잣질 2024. 7. 21.

 

서울에 갈 아이들의 화분 흙을 갈아줬다. 그리고 영양제를 꽂아줬다. 곧 기억이 났다. 여덟 개의 수국이 있던 화분에는 달래도 있었다는 것을. 달래가 나도 모르는 사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세 아이들이 "모두" 아파서 "모두" 데리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내 소아과를 다녀왔다. 막내는 유모차에 태우고 첫째는 엄마 손, 둘째는 내  손을 잡고 투명 유리로 된 병원 문에 다 다르기도 전에 진료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이상한 시선이다. 거북한 시선, 간호사들도, 보호자도, 심지어 그곳에 있는 어린아이들도 모두 우리 가족을 바라본다. 진료 순서가 돼서 의사 선생님을 뵈러 가는 길에도 우리 가족의 길이가 길어서 또다시 모든 시선을 받는다. 의사 선생님은 지난번과 달리 말이 무척 빠르시다. 지난번 진료 때는 아이가 둘이라서 여유가 조금은 있으셨나 보다. 퇴근 시간은 다가오는데 우리 가족 뒤에도 진료해야 할 환자들이 넘쳐났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흰머리가 수북하신 의사 선생님은 아주 바삐 약을 처방해 주시고 난 뒤 호흡을 길게 가다듬으신다. 보통은 집에서 밥을 먹지만 오늘은 병원 옆에 있는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차를 타서 집으로 왔다.

 

 

남아있던 4x5인치 필름 세 컷 마저 모두 찍었다. 이제 필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