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포지션 민]에서 전시를 시작한 <죽은 잡초를 위한 레퀴엠> 설치 장면이다. 10월 28일에 쓴 일지를 보면 녀석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내겐 특별했던 풀이었다. 녀석에 대한, 녀석을 위한, 녀석에게 바치는 전시다. 그러나 녀석을 전시장에 가져가는 날, 죽은 줄만 알았던 녀석의 화분에서 또 다른 어린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시를 위해 자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다 쓰고 남은 식물영양제 빈 껍데기 두 개에 물을 넣어서 꽂았고 그 옆에 식물 영양제도 하나 꽂았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유리관인데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구조라서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도 잘 살 수 있을지 이다.
요즘에는 어제 설치한 <죽은 잡초를 위한 레퀴엠>과 서울에서 23일 열리는 [제주갤러리] 전시, 그리고 12월에 있을 [샌프란시스코 교류전] 준비로 글쓰기를 못했다. 단 하나의 좌대와 유리함으로 커다란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꽤 아팠다. 그리고 23일 서울 전시는 '비현실(surreal)'이라는 키워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역시 독립된 공간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제주갤러리] 전시는 대형 흑백 사진 네 점과 세 개의 좌대, 그리고 세 개의 잡초와 화분, 12개의 식물 재배등으로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다. 문제는 사진인데 사이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잘 보이지 않는 ㄱ자 모양의 전시실 중에 구석을 어떻게 만들까, 그리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스라한 공간을 어떻게 비현실적으로 꾸밀까..
가장 큰 대형 사진은 얼마 전 끝난 월정리 797-6번지, "죽은 개망초와 망초를 위한 1,000개의 식물 영양제"를 4x5인치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이미지다. 120 x 150cm 이상 큰 사이즈여야만 하고 프레임 역시 비현실적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구부정하게 자라는 잡초의 줄기를 촬영한 필름은 세로로 긴 형태의 낯선 프레임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안쪽 구석으로 '원래는 수국과 동백, 구럼비 나무 화분이었지만 이제는 잡초가 주인공이 되어 버린 세 개의 화분' 작업이 설치된다. 크기와 형태, 색이 모두 다른 세 개의 좌대가 이들을 받친다. 마지막으로 보랏빛 식물 재배등 12개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일지를 쓰기 전에 4x5인치 3컷을 촬영했다. 위 이미지는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풀의 윗면을 최대한 일정한 높이로 자르려고 노력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던져 놓고 깊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 요 며칠 전부터 해군 "p-3 오라이언"을 중형으로 찍고 있다. 250mm를 끼우니 제법 가까이 보이길래 촬영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을 잡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필름을 감고 다시 촬영하려고 뷰 파인더를 보면 내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새 녀석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현상해야 할 필름이 또 쌓였다. 소형 할 롤, 중형 두 롤, 대형 열 컷이다.
하지만 아직 결과 발표가 안 나왔다.
그래서 사실 글쓰기도 작업도 집중이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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