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00원짜리 컷팅지다. 지금까지 전시를 하면서 컷팅지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조명이 들아간 밝은 부분과 조명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부분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사용한다면 극적인 효과는 있을 것 같다. 개인전에 들어갈 텍스트 중 일부를 [산지천 갤러리]에서와 같이 바닥에 설치하면 어떨까? "잡초 재배를 위한 가구 Prototype 2" 주변으로 텍스트를 붙인다면? 그리고 가구의 형태는 기존의 Prototype 1과는 다른 모듈형이라면? 텍스트와 모듈형 가구의 조합은 어떨까? 글자가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각각으로도 존재하지만 조립이 되면 또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구가 있다면 어떨까?
오늘 산지천 갤러리에서 새로 설치를 하고 동부두에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바다를 보러 간 것은 아니고 "P-3 Orion" 작업을 하기 위해서 갔다. 오후 12시부터 3시 50분까지 앉지도 않고 땡볕에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먼바다와 여객선, 한라산만 원 없이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용두암 해안도로에 진입하자 익숙한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분명 "P-3 Orion"이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힐끔 바라보니 과연 녀석이다. 프로펠러가 두 개 달린 놈이다. 차를 중간에 세울 수도 없는 도로여서 눈을 질끈 감고 집으로 돌아왔다. "P-3"는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바다와 안개, 그리고 대형 여객선들은 꽤 볼만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한라산과 중산간의 모습도 촬영을 좀 했는데, 나중에 작업적 목적이 아닌 순수한 바라봄의 시간들을 모아 전시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신사옥]에 전시할 초대형 (800 x 500 x 300mm) 초록색 플라스틱 잡초 화분에다 넣을 흙을 옆 밭에 가서 몰래 삽으로 한가득 퍼 담았는데, 절대 내 힘으로는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제주 특성상 흙에 돌멩이들이 많아서 무거운 것이다. 그래서 여분으로 준비한 같은 화분을 하나 더 들고 와서 반 정도의 양을 덜어 나눠 담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겁다. 성인 남성 둘이 들어야 할 정도다. 가구가 화분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디자인을 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과연 이 화분에서 잡초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장마인데 비가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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