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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3년

2023년 2월 12일 일요일 20:04:34

by 스튜디오 잣질 2024. 8. 31.

 

둘째가 다섯 살이 되면서 낮잠을 자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녁을 먹고 누우면 피곤해서 바로 잔다.

 

첫째와 둘째가 오늘따라 유독 아빠와 같이 자자고 칭얼댄다. 둘째는 나를 유독 좋아하는데 항상 손을 잡고 싶어 하거나 꼭 안아주는 것을 바란다. 오늘은 첫째까지 나서서 같이 자자고 떼를 쓰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온갖 핑계를 대며 빠져나오기 일쑤다. 오늘은 마침 집안으로 옮겨놨던 '어저귀' 꽃이 펴서 촬영한다는 이유로 서둘러 작업실로 왔다. 물론 아이들에게 저녁도 만들어줬고 양치도 해줬으며 자기 전에 굿나잇 인사와 함께 이불도 잘 덮어줬다. 촬영은 약 15분 정도 두 컷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따라 촬영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 아이들 옆에 누워 있어 줘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서둘러 집으로 다시 갔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짠해서 한동안 멍하니 서서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작업실로 왔는데 다시는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일지를 쓰고 있다. 한동안 아이들과 잠을 자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같이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해도 20분 이상을 넘기지 않는데 나는 그 시간을 유독 힘들어했다.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줘야 하는데 요즘의 나는 매우 이기적인 아빠다.

 

아이들이 자면 그 때 촬영해도 될 문제를.

 

내일부터 둘째가 코로나 격리가 풀리면서 어린이집에 간다. 첫째는 모레부터 유치원에 가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누워 있어야겠다. 녀석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빠가 바라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또한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잡초 재배 작업의 끝이 서서히 보인다. 이제 남아 있는 필름을 모두 쓰고 나면 일단 촬영은 중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