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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190

2022년 8월 27일 토요일 01:28:54 정원에서 자라는 작은 화분에서 심어진 작은 환삼덩굴을 큰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그리고 작은 페트병에서 힘겹게 자라고 있는 사진 속 풀도 큰 화분에 심어줬는데 도토리가 자라고 있던, 내가 너무 아끼는 사각 도자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옮겨 심을 생각은 없었지만 녀석을 촬영하면서 생각을 굳혔다. 기특했기 때문이다. 한 때 벌레들의 습격으로 모든 이파리들이 초토화됐고 내가 그 이파리들을 모두 잘라버렸던 아픔이 있는 녀석이다. 그래서 다시 잘 자랄 수 있을지 오매불망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새 순이 삐죽 나더니 이내 건강한 이파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줄기 사이에 숨어 살던 아주 작은 여치(너무 어려서 여치인지 방아깨비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지만 여치와 더 닮았다.)가 가만히 있길래 살며시 작업실로 들고 와서.. 2024. 5. 2.
2022년 8월 26일 금요일 00:22:13 개인전이 끝났다. 밤늦게 제주에 도착, 이틀 동안 물을 주지 못해서 말라버린 풀들에게 물을 듬뿍 줬고 한 녀석을 촬영했다. 계획대로 대형 필름으로 전체적인 형태를 촬영하고 중형 필름을 사용해서 부분을 담았다. 다행히 아기 방아깨비와 큰 방아깨비, 거미가 죽지 살고 있어서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x5 필름 4장을 현상 탱크에 넣었다. 서울에서 이틀동안 두 시간밖에 못 자서 너무 졸린데 잘 수가 없다. 2024. 4. 30.
2022년 8월 23일 화요일 22:09:46 서울에 다녀와서 4x5 필름 현상을 하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SP-445에 필름 4장을 끼우는 것까지는 수월했으나 현상이 문제였다. 교반 할 때 약품이 샌다. 아주 많이 새서 나중에 비교해 보니 처음 475ml에서 450ml로 25ml나 샜다. 플라스틱 본체와 플라스틱 뚜껑의 이음새가 워낙 느슨해서 전기 테이프로 칭칭 감았음에도 상당히 많이 샜다. 결국, 휴대전화를 보며 타이머를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진행해야 하는데 약품이 묻는 장갑 덕분에 터치 오류가 나면서 벽걸이 시계를 보면서 현상을 해야 했다. 현상 결과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선 피사체보다 배경 영역이 커서 휑해 보이는 것 이외에도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다. 약하다. 처음 사진을 할 때 사용했던 T-MAX 35mm 필.. 2024. 4. 30.
2022년 8월 23일 화요일 03:35:55 아이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들었는데 23시가 지나서 겨우 일어났다. 어제 새벽 4시에 잠을 자고 종일 피곤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바로 작업실로 와서 120mm 필름 세 롤을 현상했는데 어제 촬영 당시 문제를 일으켰던 매거진의 필름이 겹치면서 대부분 망쳤다. 또한 새롭게 세팅한 조명의 조도가 너무 밝아서 전체적인 풀의 형태를 촬영할 때 부분적으로 하얗게 날아갔다. 새로운 촬영 방법은 극단적인 접사에서는 괜찮았다. 그리고 현상을 마친 후, 4x5 대형으로 6컷을 촬영했는데 스크린에 따라서 배경에 생기는 노출 차이를 극복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특히 검은색 배경에서 문제점들이 나타났는데 검은색은 접사 촬영에서만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이후에는 흰색 스크린으로 바꿔서 촬영했다. 아내와 다시 크게 다퉜다. 작업에.. 2024. 4. 30.
2022년 8월 22일 월요일 01:19:28 사흘동안 서울에 다녀왔다. 이화영 선생님과 방병상 선생님께서 전시장에 오셨고 이틀 동안 작업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두 분은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경하고 닮고 싶은 스승이다. 또한 내 작업을 가장 많이 봐오셨고 나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들이다. 이화영 선생님은 언제나 작업을 관통하는 이다슬 작가만의 서정성, 그리고 점점 유연해지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고, 방병상 선생님은 처음으로 내 전시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셨다.) 지붕에 올려놨던 환삼덩굴을 다시 정원으로 내렸다. 주기적으로 흙 상태를 파악하고 녀석의 줄기를 봐줘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린다. 그래도 올려 둔 며칠동안 지난번에 비해 이파리와 줄기 컨디션이 나아졌다. 몇 개 말라.. 2024. 4. 30.
2022년 8월 16일 화요일 22:56:43 이제 비로소 맑은 정신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촬영을 했기 때문일까? 작업실 창가에서 2년째 자라고 있는 풀을 촬영했는데 가위로 자르기 전과 자른 후의 모습을 남겨뒀다. 정전 또는 가지치기는 잡초를 재배하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에 하나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자라고 있는 "어저귀"도 웃자란 줄기를 두 군데 잘라줬다. 역시 2년 넘게 자라고 있는 기특한 녀석인데 실내에서 키우다 보니 열매를 맺지 못해서 계속 순을 내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대안공간 루프]에 전시될 "환삼덩굴"은 지붕 위에 올려놨다. 일단 햇빛과 바람을 다시 만나게 해주기 위함이다. 내일 오전에 올라가서 녀석의 컨디션을 확인해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리고 작은 화분에.. 2024. 4. 30.
2022년 8월 15일 월요일 16:22:30 5년 만에 집 뒤쪽을 정리했다. 온통 잡초로 우거진 정글을 가위 하나 들고 모두 잘랐다. 항상 습하고 어두워서 모기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 바람이 통하고 해가 잘 들 수 있게 만들었다. 묵은 갈증이 해결됐다. 정원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큰맘 먹고 잘랐다. 씨앗을 퍼트리고 임무를 다해 말라죽은 녀석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자르는 행위는 유쾌하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극심하다. 아무리 물을 줘도 그 순간뿐이다. 가장 걱정인 녀석은 "환삼덩굴" 두 뿌리인데 며칠 전부터 잎사귀가 말라서 떨어지고 있다. 쌀뜨물과 영양제, 달걀 껍데기로 정성을 들이고 있지만 본연의 싱싱한 초록색이 돌아오지 않는다. 2024. 4. 29.
2022년 8월 15일 월요일 00:49:39 매일 하던 현상도 오랜만에 하려고 하니 필름이 릴에 잘 감기지 않는다. 반성해야 한다.120mm 두 롤과 35mm 두 롤을 현상했다. 그동안 잡초를 촬영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은 재현 방법과 표현력이다. 정확하고 예리하게 흑백의 계조만으로 형태를 표현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정확하지 않더라도 흑백만이 가진 매력을 톤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했다. 이번 [신사옥] 개인전에서 그 고민이 해결됐다고 판단하는데, 내가 사용하는 필름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디지털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필름보다 30% 저렴한 필름을 사용해 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10,200원과 7,000원의 차이가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이상하지만 설렌다. (4x5인치 흑백 필.. 2024. 4. 29.
2022년 8월 14일 일요일 02:50:29 큰 딸아이와 이틀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왔다. [신사옥]에서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서울 방문이 처음인 아이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다채로운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게 두 번째 이유다. 제주에서는 불가능했던 금지 품목들을 서울에서는 많이 풀어줬다. 가령 제주에서는 젤리, 사탕, 아이스크림, 주스, 탄산음료와 같은 간식들을 멀리하게 했는데 서울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모두 사줬다. 심지어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허락했다! 개인전을 하고 있지만 [대안공간 루프]와 [세계자연유산축전] 전시도 동시에 준비하느라 너무 바쁘다. 그래서 정원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잡초들을 천천히 살펴보는데 귀뚜라미들이 이파리들을 죄다 갉아먹고 있었다! 내게도 이제 귀뚜라미.. 2024. 4. 29.
2022년 8월 8일 월요일 23:02:44 정말 오랜만에 촬영을 했다. 오늘은 중형 필름으로 1컷만 촬영했고 주로 4x5인치 대형 필름을 사용했다. 이번 [아트스페이스 신사옥] 개인전에서 중형 필름의 한계를 조금 느꼈기 때문에 대형 필름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역시 현상이다. 칼라 네거티브 현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새로운 곳에서 해보고 역시나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아예 흑백으로 다시 촬영을 할 계획이다.  오늘 강 과장님께 대형카메라용 마크로 렌즈를 구해달라고 부탁드렸다. (8x10인치 필름으로 밀착 프린트해서 전시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개인전에서 아날로그 프로세싱은 힘을 발휘했다.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 한 번에 나온 결과물이 아님을 단 몇 명이라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2024. 4. 29.
2022년 8월 3일 수요일 13:27:47 모든 작품들과 잡초가 무사히 도착해서 어제 하루종일 설치를 끝냈고 개인전을 열었다.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오늘 하루는 나의 작품들과 함께 있어보려고 한다. 작가와 작품이 한 공간에 머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소중한 시간임은 분명하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가 몇 가지 생겼다. 하나는 여전히 사진 위주의 디스플레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서 벗어나 다른 매체와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텍스트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프린트된 A4용지를 벽에 나열하여 붙이는 방식을 보완, 발전시켜 효과적으로 강하게 글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 또한 가구를 가구처럼 보이지 않게 공간에 놓고 공간과 조화롭게 설치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2024. 4. 29.
2022년 7월 28일 목요일 22:18:14 에서 제작한 "잡초 재배를 위한 가구 Prototype2"와 "잡초 촬영을 위한 선반"이 완성됐고 바로 미술품 운반 업체에서 서울로 데려가기 위해 왔다. 가구는 모두 내가 생각했던 모양 그대로 나왔다.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남성 둘이 들기에도 상당한 무게여서 상부장에 있는 문을 모두 분리해서 차량에 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종이 박스 안에 들어있는 잡초들인데 운반 업체 사장님께서도 "이건 검질(잡초) 아니??"라고 물으실 정도로 놀라신다. 사실 잡초들이 가구보다 더 소중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나의 행동에 농담으로 건네신 말씀이긴 하지만 사실 그랬다. 잡초들은 무진동 차량에 탐승을 했고 두 시간 전, 제주에서 인천으로 가는 배를 탔다. 경기도 광명으로 가서 하차 후, 작은 트럭에 옮겨 싣고 8월 2.. 202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