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재배 일지/2022년190 2022년 6월 15일 수요일 22:26:42 내가 가진 여러 성향 중 가장 안 좋은 것은 무엇이든 하나 꽂히면 그 안에서의 삶에 빠져버려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잡초를 촬영하다 보면 특히나 이런 일이 빈번한데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루다. 실내에서 키우는 잡초에도 벌레들이 많지만 주로 해충이 많다. 하지만 정원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라는 화분 안의 잡초에는 곤충들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아기 여치가 나를 사로잡았다. 아, 그전에 푸른빛이 도는 황금색의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진 파리 한 마리를 촬영하느라 한 롤의 필름을 10여분 만에 모두 써버렸다. 셔터 타임이 1초이기 때문에 녀석이 조금이라도 다리를 떨거나 움직일까 봐 촬영 실패를 염두에 두고 계속 찍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다시 아기 여치로 돌아와서, 녀석의 실제 크기는 1cm가 채 안된.. 2024. 2. 20. 2022년 6월 13일 월요일 22:36:27 [산지천 갤러리]에서 철수한 전시 작품을 작업실 주차장으로 가져와 설치했다. 그리고 두 롤의 필름을 현상했다. 가장 궁금했던 135mm Macro렌즈와 접사 튜브 3개의 조합 결과물은 비네팅이 생기는 것 이외에 괜찮다. 다른 네거티브에 비해 콘트라스트가 다소 약한 듯 밋밋해 보이기도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가구가 빠진 전시장의 모습은 상당히 안 좋다. 가장 중요한 위치에 무게를 잡고 있어야 할 작품이 없어지니 맥이 빠진다. 가구가 있던 자리에 원래 전시 모습을 촬영한 현수막이 매달려 있지만 공간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 않다. 태블릿PC를 설치하여 작업실 주차장에서 자라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줄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 (아침부터 아내와 경제 문제로 크게 다퉜다. 눈물을 흘리면 .. 2024. 2. 20. 2022년 6월 13일 월요일 01:37:54 일찍 자려고 작업실 불을 끄고 나오려는 순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촬영을 했다. 어제 작업실 창가에서 자라는 "어저귀"를 다시 크게 잘랐다. 세 번째로 큰 정전 작업으로 이번에도 녀석이 잘 살아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오늘은 텃밭에서 "환삼덩굴"들을 뽑았는데, 키우기 위한 녀석들은 아니었지만 그 뿌리가 너무 굵고 볼만하여 세 뿌리를 캐서 물에 담가 뒀다. 하나는 아기 줄기가 남아있어서 운이 좋으면 줄기를 뻗어 나갈 것 같지만 나머지 두 녀석은 이파리가 없는 뿌리 상태로만 존재하고 있어서 살아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래도 유리컵 안으로 보이는 녀석들의 뿌리가 존재감이 상당하여 8컷이나 촬영했다. 저녁에는 정원을 가득 채운 잡초들을 좀 뽑았다. 잡초를 재배하고는 있지만 너무 무성해서 보기 싫은 것들도 있.. 2024. 2. 20.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16:21:53 오늘은 사진 속 기어 다니는 녀석을 촬영했는데 녀석이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서 촬영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털을 만져줘야만 녀석도 가만히 있는다. 차음으로 56 Extention 3개, 135mm 마크로 렌즈의 벨로우즈를 최대로 늘여서 촬영을 했다. 16 Extention은 뺐는데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피사체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사진 속 벌레가 나온 듯한 알이 있었는데 알의 주름과 모양이 모두 보일 정도로 선명하다. 실제 크기는 1mm도 안되지만 프린트를 한다면 알의 크기가 30cm 이상 크게 보일 것이다. [산지천 갤러리]에서 작품을 철수하기로 하고 나서 벌레들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됐다. 잡초와 벌레는 어쩌면 같은 존재, 같은 의미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잡초들의 씨앗과.. 2024. 2. 4.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00:05:35 정원에 있는 화분에 심어진 잡초들이 워낙 길어서 바람이 조금만 강하게 불면 으레 넘어진다. 넘어진 녀석들은 바로 세워놓지만 서울에 가 있는 동안이나 눈치를 못 채는 경우에는 위와 같이 누워 있는 상태에서 해를 보기 위해 고개가 꺾인다. 고개가 돌아간 녀석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사진 속 잡초는 화분에서 자라고 있어서 줄기가 얇지만 노지에서 살았다면 어른 손가락 마디 굵기 정도까지 자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바로 "개망초"다. 사진 촬영을 한 시간은 어제 아침이지만 지난 하루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이 시간에 일지를 쓰고 있다. 허민자 작가님께 찾아가 잡초를 위한 화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총 5피스의 화분을 만들어 주시기로 했고 그중 3피스는 서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는 .. 2024. 2. 4. 2022년 6월 8일 수요일 15:00:49 농부들에게 가장 사악한 잡초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사진 속 녀석을 선택할 것이다. "소리쟁이", 녀석의 이름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쟁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보면 범상치 않은 놈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 역시 녀석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며 설령 뽑는다고 해도 뽑히지 않는다. 땅 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는 녀석들의 특성상 포클레인이 와서 흙과 함께 통째로 파내지 않는 이상 절대로 죽지도 않는다. 곡괭이로 지면 가까이 내리치거나 튼튼한 정전 가위로 녀석들을 자른다고 해도 다시 살아난다. 옆에 밭 삼춘들은 가장 지독한 농약을 듬뿍 뿌리지만 줄기만 새까맣게 타버릴 뿐, 뿌리는 살아서 내년에 또 줄기를 낸다. 삼춘들도 안다. 그래도 녀석들의 씨앗만이라도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다.. 2024. 2. 4. 2022년 6월 6일 월요일 02:05:45 일찍 자려고 했는데 안 잤다. 지난번에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를 리터칭 해보느라 세 시간이 훅 지났다. 아, 그리고 [산지천 갤러리]에 걸어 놓을 "잡초 재배 체크 일지" 60장을 프린트했다. 사진 결과물은 꽤 좋다. 지속광을 사용했음에도 카메라가 워낙 좋아서 모든 것들을 충분히 표현해 낸다. 가 만약 존재한다면 디지털로 촬영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새벽 이 시간에도 [산지천 갤러리]에 설치되어 있는 모션 카메라에서 알림이 계속 오는데 주기적으로 정지 화면을 체크해 본 결과 조금씩 시들어가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카메라가 인식을 해서 알림을 주는데 야외에서 자라던 녀석들이 실내에 자라면서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2024. 2. 4. 2022년 6월 5일 일요일 22:30:38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산지천 갤러리] 전시 설치를 끝냈다. 4년 전, 첫째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그 마음과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아이를 자동차 뒷자리에 태우고 어린이집까지 그 짧은 5분 거리를 갈 때, 그리고 아내와 상의하여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걱정스러운 부모의 마음을 내가 고스란히 가지고 느꼈을 때, 그때의 심정은 정말 괴로웠다. 부모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다. 그리고 어젯밤부터 오늘 오후까지 나는 그보다 더한 걱정스러움을 가득 안고 하루를 버텼다. 현재 재배 중인 잡초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녀석들을 같이 전시하기로 전시 기획자와 함께 결정을 내린 것이 어제 오후였다. (그리고 어제 오후부터 제주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의 날씨가 지금까지 .. 2024. 2. 4. 2022년 6월 3일 금요일 14:21:33 사실 어제 새벽 4시까지 새로운 렌즈를 GFX100s에 끼워서 촬영 테스트를 해봤다. 접사 튜브를 연결해서 촬영한 데이터보다 이미지 해상도가 좋았는데 나중에 시간을 내서 지속광이 아닌 순간광을 연결해서 촬영해 볼 이유가 생겼다. 오늘은 한 시간 동안 정원에서 키우는, 화분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데리고 와서 작업실에서 촬영을 했는데 간단하게 휴대전화로 촬영한 결과물은 위 사진들이다. 분명히 실내 '잡초재배등' 아래서만 자라는 녀석들과는 빛깔이 다르다. 한 롤의 필름을 촬영했지만 12컷 중 4컷 정도가 셔터 엉킴이 발생했다. 지속적으로 촬영을 해보면서 원인을 찾아봐야겠다. 내일은 [산지천 갤러리]에 작품 설치하러 간다. 2024. 2. 1. 2022년 6월 2일 목요일 22:52:09 Carl Zeizz Macro-Planer 5.6/135mm가 왔다. 앞으로는 접사 튜브를 4개까지 사용해 가면서 촬영을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벨로우즈의 길이에 따라 풀에 근접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이 생겼기 때문에 초점을 잡는 방법도 이전보다 매우 수월하다. 아침에는 작업실 화장실에서 재배해고 있는 잡초들을 모두 정원으로 옮겼다. 오늘이 녀석들에게는 세 번째로 햇빛을 맞이하는 날이다. 잠깐 이들에게 감정 이입이 됐다. 오늘은 산지천 갤러리에 작품을 갖다 놓았는데, 빈 공간에 액자를 놓고 바라보는 기분이 묘하다. 작년 개인전에서 전시했던, 잡초 밭을 촬영한 대형 사진 작업이 있는데 이제 비로소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서 설렌다. 2024. 2. 1. 2022년 6월 1일 수요일 01:10:33 둘째 아이가 아파서 저녁 일찍 옆에 누워있다가 잠을 자버렸다. 21시 30분에 일어나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작업실에서 밀린 현상 작업을 하는데 현상 뚜껑이 열리지 않아서 현상 도중 무리하게 뚜껑을 잡아당기면서 약품 주입구의 날카로운 스테인리스 단면에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을 크게 베였다. 장갑이 찢어지고 피가 계속 났지만 현상 도중, 그것도 디펠로퍼 과정이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꼬박 현상 8분, 정지 1분, 정착 5분, 수세 촉진 2분이 지나서 필름을 물에 담그고 부랴부랴 장갑을 벗어 상처 부위를 보니 꽤 심각하다. 살이 초승달 모양으로 잘려서 들려 있다.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2롤의 중형 필름과 2롤의 소형 필름 현상까지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현상해야 할 3롤.. 2024. 2. 1. 2022년 5월 31일 화요일 14:58:04 섭씨 30도에 가까운 날씨다. 맨발에 삼선 슬리퍼(정품)를 신고 무릎이 찢어진 7부 반바지에 8년 된 줄무늬 반팔 티셔츠만 입고 오전부터 작업을 했다. 사실, 작업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항상 이런 식이다. 신발과 옷을 챙겨서 작업을 정식으로 시작하면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어젯밤부터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세수만 하고 나와서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텃밭에서 어느 정도 자란 "환삼덩굴" 두 뿌리와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아로니아 밭을 점령 중인 진정한 넝쿨 식물 모종 세 뿌리, 역시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섯개의 어린 잡초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환삼덩굴과 넝쿨 식물의 뿌리가 잘 안착해서 내려야 한다. 녀석들 중 하나는 차에 태우고 배를 타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가야 하는 중요한 잡.. 2024. 2. 1.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