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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2년190

2022년 7월 9일 토요일 01:10:50 작년에 잡초 촬영 아르바이트를 석 달 동안 한 적이 있다. 하루에 300장(한 장에 200원이다.) 이상의 잡초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웹서버에 업로드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나의 잡초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후, 잡초의 영문 학명을 기입해서 전송해야 하는 작업인데 걔 중 그나마 눈에 띄는 풀이 하나 있었고 그 녀석이 바로 "닭의장풀"이라는 풀이다. 위 사진은 정원에 있는 화분에서 자라는 닭의장풀인데 아주 작은 모종 두 개를 심었더니 결국 하나가 됐고 야생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형태가 관찰됐다.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서 흙으로 향하는 모양인데 제법 굵고 깊게 내려갔다. 어쨌든, 당시에 닭의장풀을 아주 열심히 촬영했고 덕분에 할당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던 고마운 풀이라 오랜만에 이야기를 .. 2024. 2. 21.
2022년 7월 7일 목요일 22:39:27 풀을 촬영했다. 그리고 초록색 풀과 함께 자라는 초록색 방아깨비도 촬영했다. 난을 닦는 마음으로 병든 이파리나 죽은 이파리를 가위로 잘라줬고 풀의 모양도 함께 고려해서 가지치기를 했다. 그리고 안에서 자라고 있는 화분을 작업실로 들고 와서 중형 흑백 필름과 디지털로 칼라 사진을 촬영했다. 오늘은 렌즈에 CPL필터를 끼워서 촬영했는데 배경과 이파리에 유독 하이라이트 반사가 심했기 때문이다. 일단 칼라에 사용해 보니 만족스러웠는데 핫셀블라드 렌즈에 사용 가능한 CPL필터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내일은 개인전에 전시할 작품들을 최종 선택할 예정이다. 2024. 2. 21.
2022년 7월 6일 수요일 21:35:36 오후 3시에 필름을 현상하는데 릴에 필름을 끼우다 실수로 라이트박스 스위치를 건드려서 필름에 빛이 들어갔다. (하필 라이트박스 스위치가 터치식이다.) 재빨리 필름을 빛으로부터 차단하고 라이트박스를 껐지만 네거티브가 탔다. 보통은 마음이 가장 차분할 시간대인 늦은 밤이나 자정이 지난 새벽에 현상을 하는데 처음으로 대낮에 현상하면서 신체 리듬이 흥분 상태에서 현상을 하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필름 현상하면서 빛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번에도 실수로 라이트박스를 건드려서 전원이 켜질 뻔했는데 정말 위험했다.  이따가 서울에서 한 달 살이 온 홍휘를 만나러 애월 바다에 간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기쁜 마음으로 "어저귀" 씨방을 촬영할 예정이다. 2024. 2. 21.
2022년 7월 5일 화요일 23:50:17 며칠 동안 꽤 힘든 일을 겪어서 작업을 전혀 못했다. 다행히 큰 고비는 넘겼지만 두 달 동안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8월 개인전과 9월 단체전이 끝나면 일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택배 배송이나 파리바게트 공장 야간 12시간 제조업,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있어서 다행이다. 정원에서 해를 듬뿍 맞으며 항상 촉촉한 흙에서 자라는 잡초들은 실내에서 자라는 녀석들에 비해 확실히 우월하다. 비실비실한 줄기가 아닌 우락부락한 근육질 줄기를 가졌다.  오늘은 2년 만에 건강 검진이 있는 날이라서 오전에 한 롤을 촬영하고 병원에 갔다. 기본 검사와 위 내시경을 받았는데 상태가 예전에 비해 썩 좋지 못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지친다.. 2024. 2. 21.
2022년 6월 30일 목요일 22:16:11 시간 상으로는 하루 차이인데 일지를 쓰는 기분이 일주일은 지난 것 같다. 서울에 다녀왔다. 해야 할 일들은 모두 마쳤지만 해야 할 일도 생겼다. 유철수 실장님을 10년 만에 뵀다. 정말 오랜만에 실장님을 만났지만 예전처럼 너무나 반갑다. 나는 누군가와 만나서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하며 진득하게 앉아있는 성격이 아닌데도 실장님과 무려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에 매운탕을 달라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선 것 외에는 계속 앉아있었다. 실장님도 나와 같았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눴다. 지난 10년은 나에게 30대, 실장님은 40대의 시간이다. 실장님은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일들에 대해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셨고 그 이야기 끝에 나는 조심히 네거티브를 .. 2024. 2. 21.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05:15:50 잠시 뒤, 7시 30분 비행기로 서울에 가기 전에 일지를 쓰고 있다. 어젯밤에 GFX100s와 핫셀블라드 135mm Macro, 56E Extension 3개 조합으로 간단하게 테스트한 결과물이다. 감도는 하드웨어 상 가장 높은 감도로 촬영을 했고 셔터스피드는 약 1/30초다. 물론 감도가 높아서 노이즈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속광이 아닌 스트로보를 사용하고 셔터스피드만 확보해서 저감도로 촬영을 하면 벌레들을 더 잘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벌레들이 아주 작아서 정지해 있는 듯 보이지만 녀석들은 '꼼지락꼼지락' 계속 움직이고 있다. 촬영 중에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기 진드기가 어미 진드기 배 밑으로 비벼 들어가는 모습이 렌즈 너머로 보일 정도니 말이다. 2024. 2. 21.
2022년 6월 28일 화요일 05:11:05 "우럭찜"이라는 요리를 처음 만들어 보는 바람에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아이들을 재웠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오전 내내 "잡초 촬영을 위한 선반" 드로잉을 했고(오랜만에 그림을 그려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오후에는 개인전에 들어갈 필름들을 선별하고 디지털 네거티브로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 나의 흑백 사진 스승님, 옛 [마젠타] 유철수 실장님께 10년 만에 전화를 드렸고 오는 수요일 저녁 서울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번 개인전에 실장님께 네 점의 벌레 사진 프린트를 부탁드릴 계획이다. 유철수 실장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흑백 필름 프린트 마스터이다. 따라서 이번에 벌레를 찍을 필름을 드리고 "Fiber Base Gelatin Silver Print"로 부탁드린 것은 그 자체가.. 2024. 2. 21.
2022년 6월 27일 월요일 00:01:51 긴 주말이 끝났다. 첫째와 둘째가 금요일 오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온 후, 오늘까지 3일 동안 아내와 나는 이제 막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난 셋째를 포함하여 육아를 했다. 단물이 쭉쭉 빠진다는 아내의 표현처럼 우리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가 삶의 전면에 등장하고 난 후 둘째는 아예 밖에서 놀아본 적이 없다. 정말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나와 아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 제주에서, 온 가족이 야외 활동을 포함해 외식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다. 대신 아이들과 마당과 텃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김밥 같은 음식을 포장해서 우리 부부만 아는 조용한 장소에 가서 노을을 보면서 접이식 의자에 둘러앉아 외식의 기분을 내보기도 한다. 이번.. 2024. 2. 21.
2022년 6월 23일 목요일 15:36:27 오전 11시에 화북에 있는 [타임 챔버]에서 문정민 작가님과 가시리 김작가님을 만나고 왔다. 문작가님께는 "잡초 재배를 위한 가구 Prototype 2"를 의뢰했고 가시리 김작가님께는 "환삼덩굴을 위한 이동식 나들이 가구"에 대해서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가구는 초반에 생각했던 디자인과 큰 틀은 비슷하지만 상부장에 좌/3칸, 우/1칸을 만들어서 다양한 잡초 모종을 올려놓을 수 있게 부탁드렸다. 상부장에 화분 하나만을 올려놓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잡초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다는 결론에서 나온 생각이다. 오후에는 대 가뭄으로 인해 흙이 삐쩍삐쩍 말라가는 잡초들에게 물을 줬고 작업실에 있는 두 친구를 촬영했다. 약 한 시간 뒤면 두 아이가 모두 집에 온다. 그리고 다섯 시간 뒤에 작업실에 다시.. 2024. 2. 21.
2022년 6월 22일 수요일 01:24:43 33,500원짜리 컷팅지다. 지금까지 전시를 하면서 컷팅지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조명이 들아간 밝은 부분과 조명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부분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사용한다면 극적인 효과는 있을 것 같다. 개인전에 들어갈 텍스트 중 일부를 [산지천 갤러리]에서와 같이 바닥에 설치하면 어떨까? "잡초 재배를 위한 가구 Prototype 2" 주변으로 텍스트를 붙인다면? 그리고 가구의 형태는 기존의 Prototype 1과는 다른 모듈형이라면? 텍스트와 모듈형 가구의 조합은 어떨까? 글자가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각각으로도 존재하지만 조립이 되면 또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구가 있다면 어떨까? 오늘 산지천 갤러리에서 새로 설치를 하고 동부두에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바다를 보러.. 2024. 2. 21.
2022년 6월 21일 화요일 01:25:04 작업실 창가에서 자라는 "어저귀" 옆 "소리쟁이"를 잘랐다. (위 사진 오른쪽이 어저귀, 왼쪽이 소리쟁이다.) 자르면서 녀석에게 붙어있는 벌레들도 같이 촬영했다. "어저귀"는 지난번에 큰 정전 작업을 했음에도 무사히 잘 자라고 있다. 오늘 오전에 가시리 김작가님께 다녀왔다. 8월 [신사옥]에서 전시할 와 9월 [대안공간 루프]에서 보일 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제주시 화북 공단에 있는 가구 만드는 작가님을 소개해주셨고 이번 주 목요일에 그분이 운영하는 목공방을 다녀올 생각이다. 그리고 환삼덩굴을 위한 접이식 가구는 김작가님이 직접 제작하기로 해서 일단 큰 걱정은 덜었다. 문제는 개인전에 들어갈 잡초 화분을 위한 선반인데, 목공방에 가면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의욕과 의지.. 2024. 2. 21.
2022년 6월 17일 금요일 00:07:24 현상 두 롤을 마치고 가만히 네거티브를 보고 있는데, 해상도가 좋다. 기존 핫셀블라드 120mm 마크로 렌즈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환삼덩굴"의 뿌리를 촬영한 네거티브를 보면 정말 놀랍다. 환상적인 형광빛을 가진 '똥파리'도 다행히 흔들림 없이 촬영됐다. '아기 여치'를 촬영한 필름은 다음 현상 때 할 예정이다. 내일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작품 24점을 가지러 온다. 작품 기증 신청을 했는데 다행히 심사가 통과됐다. 즐거운 마음으로 작품들이 내 품에서 떠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환경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관리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볼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모든 작품을 기증할 생각이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산책하며 날카롭고 뾰족하게 생긴 잡초 씨앗을 채종 했다.) 2024.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