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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재배 일지/2023년

2023년 1월 2일 화요일 01:03:45

by 스튜디오 잣질 2024. 7. 22.

 

올해 첫 현상을 했다. 12컷 현상을 하면서 오늘만큼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일은 빵 공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보건소에 가서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한 절차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생계유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온종일 나를 짓누른다.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공장 일을 하게 되면 개인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고민이다.

 

이 와중에 지난번에 촬영한 필름 속 잡초 꽃의 모습이 너무 좋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결국 잡초에 불과한 너에게 나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쩌면 의미를 부여하는 나부터 잘못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나의 태도가 결국 문제가 아닌지, 아직 결론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작업을 한답시고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작업만 해왔던 지난 시간이 결국 나에게만 의미 부여가 됐던 것이다. 그런 나를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잡초들을 찾았고 그들과 나를 동일시 여겨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잡초들의 끝은 어떻게 될까. 실내에서 보랏빛 인공조명을 받으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녀석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까. 노지에서 이미 죽어 사라진 잡초들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산 건 아닐까. 그래서 나의 악착같은 작업에 대한 집착이 흡사 정신병에 걸린 환자의 모습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