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9일 일요일 17:58
대리운전 사무실에서 콜을 기다리며 노트에 적었던 내용을 다시 옮겨 적는다.
오늘은 조금 일찍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새로 놓인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꾸부려 앉아 일지를 쓰고 있다. 대리운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요즘의 나를 경계하지 않으면 글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사무실에는 푹신한 소파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두 불편한 의자로 바꿔놨다. 유일한 편안함까지 모두 강탈당한 기분이라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식초를 들이부었던 아로니아 밭은 다시 원래대로 잡초들이 들어찼다. 아니, 새로운 잡초들과 함께 매우 건강하고 울창한 풀밭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정성으로 심어 놓은 토마토 모종들은 풀에 휩싸여 자취를 감췄다. 장마철이기 때문에 비가 오고 있었지만 아주 잠시 잡초들을 바라본 후 반바지와 하얀색 러닝셔츠,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장비를 들었다. (대리운전이 끝나면 아침 9시에 잠을 자고 오후 2시에 일어나는데, 나는 일어나자마자 아로니아 밭을 먼저 관찰하는 편이다.) 흰 연기와 함께 예초기 날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허공을 맴돈다. 사방으로 튀는 잡초들의 파편은 물을 먹어서 그런지 내 몸 이곳저곳에 척척 달라붙는다. 그와 동시에 풀밭에 있던 셀 수 없이 많은 모기들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나의 몸은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으므로. 이해한다. 녀석들을.
그렇게 이십여분(모기의 공격으로 인한 간지러움을 이를 물고 최대한 참을 수 있는 시간이다.) 동안 풀을 벴고 정확히 스물여덟 군데가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심각한 간지러움을 동반한 고통은 찬물로 샤워을 해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여름철에 나머지 아로니아 나무를 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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