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1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21:11 작업실 창문을 모두 열어 놓아도 될 정도로 이제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새벽까지 전시에 대한 고민을 했다. 꿈속에서도 잡초 제거에 대한 물음이 가시질 않았다. 결과적으로 "잡초를 어서 베어라, 지금 잠을 잘 때가 아니다."로 답이 끝났고 아침 아홉 시에 눈을 뜨자마자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를 예초기에 연결하고 30여분 동안 잡초 제거 작업을 했다. "잡초들의 햇빛 나들이을 위한 트레이"가 있는 곳까지 길을 내는 게 목표였는데 결국 길을 만들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호박 씨앗이 발아해서 호박도 자라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모두 벴다. 방울토마토도 벴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매우 독하고 강력한 풀 모기들의 공격으로 또다시 이곳저곳에서 벌겋게 부풀어 올랐지만 참았다. 아, 나는 일어나자마자.. 2024. 9. 3.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01:17 잡초를 제거하고 있으면서도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풀들을 위한 공간을 꿈꾸기도 하는, 나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인간일 뿐이다. 2024. 9. 3. 2023년 8월 6일 일요일 21:39 대리운전을 그만두고 난 뒤, 처음으로 주말이 생겼다. 외출한다고 신이 난 큰 딸이는 원피스를, 둘째 딸아이는 백설공주 옷을 입고 온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6개월 만에 주말 외출이다. 항상 아침에 퇴근해서 오후까지 잠을 잤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2024. 9. 3. 2023년 8월 4일 금요일 20:59 6개월 동안 대리운전을 하면서 낮과 밤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출근하는 시간이 잠을 자는 시간이고 퇴근하는 시간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5일 동안 몸을 변화시키기가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억지로 밤 10시가 되면 일부러 잠을 잤지만 새벽 1시가 되면 여지없이 깼고 다시 억지로 누워서 잤다.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리듬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로니아 밭은 포기 했다. 잡초가 이미 허리까지 빼곡히 자랐으며 야심 차게 심었던 토마토들도 잡초 더미에 파묻혔다. 겨우 7알 정도 수확해서 아이들과 맛만 봤다. 시월 개인전이 끝나고 겨울이 오면 작정하고 다시 준비할 예정이다. 사실, 오늘 퇴근하고 나서 대리운전을 나갈까 고민을 잠깐 했지만 가지 않았다.아직 사무실 직.. 2024. 9. 3. 2023년 7월 30일 일요일 23:21 6개월 만에 아이들과 바다에 갔다. 대리운전을 6개월 동안 했고 오늘 날짜로 새벽 4시에 그만뒀다.8월 1일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리운전 사무실에 있는 같은 나이 친구 고만석과 함께 5일 동안 처음으로 2인 1조로 다녔다. 마지막 손님은 대정에서 애월읍 고내리로 가는 아저씨였는데 불러도 나오지 않고 우리를 멸시하며 딴청을 피우길래 상황실에 전화해서 콜을 취소하고 속이 뻥 뚫리는 마음으로 복귀했다. 대리기사를 하인 취급하는 행동이 더 기분 나빴기 때문에 만석이는 나의 마지막 대리운전을 그렇게 배려해 줬고 창문을 열어 아직은 따뜻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작별 인사를 했다. 2월부터 시작한 대리운전은 나의 작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지만 돈에 대한 기존 관념과 상식을 정리해줬.. 2024. 9. 3.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00:08 오늘은 며칠 만에 대리운전을 나가지 않았다. 몸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하루 종일 잠을 잤고(다행히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봐주셨다.) 집에 돌아온 아이들이 씻고 잠을 자러 간 이후 작업실로 와서 커피를 마시고 필름 스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고 작업실 창문 밖에서 들리는 풀벌레들의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대리운전을 대신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있다. 남과 밤이 바뀐 후로 몸의 컨디션이 상당히 나빠졌다. 또한 마냥 모이를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사무실에서 배정해 주는 콜만 목 빠지게 기다리며 다른 이들과 경쟁하고 질투하며 시기하는 모습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싫다. 2024. 9. 3. 2023년 7월 10일 월요일 15:27 2023년 7월 9일 일요일 17:58 대리운전 사무실에서 콜을 기다리며 노트에 적었던 내용을 다시 옮겨 적는다. 오늘은 조금 일찍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새로 놓인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꾸부려 앉아 일지를 쓰고 있다. 대리운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요즘의 나를 경계하지 않으면 글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사무실에는 푹신한 소파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두 불편한 의자로 바꿔놨다. 유일한 편안함까지 모두 강탈당한 기분이라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식초를 들이부었던 아로니아 밭은 다시 원래대로 잡초들이 들어찼다. 아니, 새로운 잡초들과 함께 매우 건강하고 울창한 풀밭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정성으로 심어 놓은 토마토 모종들은 풀에 휩싸여 자취를 감췄다. 장마철.. 2024. 9. 3. 2023년 6월 30일 금요일 07:05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장마가 시작됐다. 대리운전을 하기에 이보다 더 힘든 계절이 있을까 싶다. 매번 신발이 젖어서 축축한 양말을 10시간 넘게 신고 있어야 한다. 행여 땀이라도 많이 나면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까 언제나 손수건 여러 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몸을 닦는다. 오늘도 어제저녁 6시부터 방금 전 아침 5시까지 일을 했다. 6월 12일 식초를 뿌린 뒤, 보름이 지났지만 결과적으로 식초 살포는 소용이 없다. 잠깐 없어지는 듯하더니 나를 갖고 놀기라도 하는 듯 금세 더 무성해졌다. 아로니아도 마찬가지다. 뿌리 가까이 모든 가지를 잘랐음에도 30cm 길이의 잔가지들을 다시 키워냈다. 끝이 없다. 잡초도, 아로니아도. 인터넷으로 검색을 좀.. 2024. 9. 3.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05:18 어제 아침 6시 즈음에 3배 식초 15리터와 굵은소금, 그리고 주방 세제를 혼합하여 분무기에 타서 어깨에 짊어지고 약 30분 동안 두 번에 걸쳐 아로니아 밭 일부와 집 주변 잡초들을 향해 뿌렸다. 인터넷에서는 소문난 친환경 제초제였지만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이파리가 거의 없는 넝쿨 잡초는 효과가 없다. 심지어 하루 사이에 새로운 싹이 수십 군데 돋았다. 또한 이파리가 아주 넓고 줄기가 굵은 잡초에도 통하지 않는다. 아, 허벅지에 꿰맸던 실을 풀긴 했지만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가장 싫어하는, 그래서 제일 먼저 없애 버리고 싶었던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환삼덩굴은 이파리가 더 싱싱해졌다. 대신 오랜만에 야심 차게 심.. 2024. 9. 3. 2023년 3월 18일 토요일 00:03:59 언제나 그랬다.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감정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냉철한 마음으로 작업을 해왔지만 내 욕심이 끝없이 투영된 기이한 식물들을 보면서 이성적으로만 대처하기에 나는 아직 여렸다. 제주와 서울, 제주와 부산을 오가는 전시 일정에 맞춰 캄캄한 트럭에 식물들을 박스에 넣어 보내는 마음이 이제 와 고백하지만 매우 힘들었다. 내가 없는 전시 공간에 3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식물들을 놓고 오는 것도 매우 걱정스럽고 맘 조리는 일이다. 그러기에 틈만 나면 온도와 습도를 확인하고 흙을 직접 만져보며 체크했다. 행여 풍토가 다른 곳에서 녀석들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쓸모없는 걱정도 자주 했다. 내일이면 [오픈스페이스 배] 개인전이 시작된다. "잡초재배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 이상으로 가장 많이 고민.. 2024. 9. 2. 2023년 3월 16일 목요일 02:59:12 꿈같은 5박 6일 부산 일정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전시 설치는 뎌디지만 차분하게 하고 있다. 행복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오프닝이 끝나고 제주에 가면 다시 대리기사 호칭을 달고 밤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이 순간이 잊히지는 않을까, 두렵다. 어두컴컴한 곳에 혼자 앉아 휴대전화 어플 속 새로 고침 버튼을 쉬지 않고 누르면서 콜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콜이 없으면 길거리 모퉁이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로등 앞에 짧게 뉘인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내일을 기약하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 10시에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사와 통화를 했고 프리 워크아웃 신청을 했다. 아침 10시에 서울에서 병풍과 액자들이 부산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침 10시에 겨우 일어났다. 2024. 9. 2.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01:13:03 내가 부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제 제주에서 보낸 잡초와 소품들이 전시장에 모두 도착해 있었다. 오후 3시부터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정리했고 저녁까지 함께 했다. 저녁 8시 26분에 숙소로 들어와서 작년과 올해 썼던 잡초재배일지를 다시 교정했다. 내일 점심에는 사진과 병풍, 서예 표구가 전시장에 도착할 것이며 신용회복위원회 직원분과 개인 파산과 관련해서 전화 상담도 예약되어 있다. 평소 같았으면 사무실에 앉아서 콜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시간이었을 텐데 전망이 좋은 호텔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고 있으니 호사를 부리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2024. 9. 2. 이전 1 2 3 4 ··· 28 다음